"임정 자금 지원 백산무역 부실로 여의도 면적 4분의 3 규모 부동산 담보 잡히고 대출"

  • 백산무역과 경주 최부자 독립운동 조명 전시회 열려

조선식산은행 근저당설정계약서 [민족문제연구소]

일제에 맞선 명문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린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민족문제연구소와 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근현대사기념관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9일 4.19국립묘지 인근 근현대사기념관에서 개막식을 열고 10월 13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11대 경주 최부자 최현식의 국채보상운동과 12대 최준의 백산무역주식회사 경영을 중심으로 최부자 일문의 독립운동과 ‘청부정신’을 재조명한다. 올해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최대 자금원의 하나인 백산무역주식회사의 설립 100돌이 되는 시점이다.

‘나라가 없으면 부자도 없다’는 전시 제목은 9대 진사 12대 만석꾼으로 알려진 경주 최부자의 나라사랑과 독립정신을 집약하고 있다.

일제침략기에도 조선에서 손꼽히는 자산가였던 경주 최부자가 통감부나 조선총독부의 집중적인 감시 아래서도 여러 경로로 독립운동에 참여하거나 지원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일부 사료와 전언에 의지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결정적인 실물자료로 최부자의 독립운동을 재구성했다고 연구소측은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지난해 6월 경주 교촌의 최부잣집 광에서 우연히 발견된 다량의 고문서 중에서, 독립운동과 관련된 문화재급 자료만 엄선해 처음 일반에 공개한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 때 최현식이 주도한 경주 지역의 국채보상운동 일괄자료는 취지문에서부터 각종 공문과 군민 5000명이 납부한 의연금 명부에 이르기까지 운동의 전 과정을 상세히 전하는 자료다.

백산무역주식회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초창기 운영자금의 60%를 감당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재정적으로 크게 기여한 독립운동 자금원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백산무역주식회사의 영업보고서 등 각종 경영 자료들도 선보인다. 경주 최부자가 거의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투입했다는 ‘신화’를 구체적으로 입증해 주는 문서들이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백산무역주식회사가 부실화하고 독립운동계와 일반 대주주 사이에 분규가 일어나자, 사장 최준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개인 재산을 담보로 조선식산은행으로부터 35만원이란 거액을 대출하게 된다. 근저당설정계약서를 보면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은 경주의 710여건과 울산의 62건, 전답 66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4분의 3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다.

독립운동 자금지원으로 백산무역주식회사가 130만원이란 막대한 부도를 내고 결국 파산하게 되자, 무한책임을 진 최준은 전답은 물론 가구까지 압류당하는 수모를 겪게 되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의 관리를 조선신탁주식회사에 이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부동산관리신탁계약서에 따라 최부자는 해방이 될 때까지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조선총독부의 통제와 감시 아래 놓이게 된다.

의병장 김흥락과 이중린, 경술국치 때 자결한 김석진, 대한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대한민국임시정부 법무위원 김응섭과 법무총장 남형우, 재무위원장 윤현진, 동학 2세 교주 최시형의 아들 최동희, 도쿄 ‘황성’에 폭탄을 투척한 의열단 김지섭, 3·1운동 민족대표 권동진, 이상화의 형으로 중경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을 지낸 이상정, 6·10만세운동의 주도자 권오설, 안희제 윤상태 윤현태 윤병호 최태욱 등 백산상회 관계자들 등 독립운동가들의 간찰과 엽서들은 쟁쟁한 독립투사들의 의기가 서린 필체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민족문제연구소와 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는 상해 임정 법무위원을 지낸 독립운동의 거목 김응섭과 백산무역주식회사 상무를 지낸 최순 등 미서훈자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과 최부잣집에서 발견된 1만점이 넘는 문헌자료의 문화재 지정 신청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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