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은행이 수백억원의 배상책임이 발생할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두 번째 분쟁의 결과에 따라 세 번째 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일성하이스코 등 4개 기업이 은행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키코 불완전판매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낼 계획이다.
분조위에서는 은행들이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를 지켰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키코가 기업의 상황·거래 경험 등에 비춰 적합한 상품이었는지, 키코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알려줬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분조위의 결정이 '권고'일 뿐이라 당사자 모두가 수용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상 책임을 안게 될 은행이 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키코 계약의 배상책임 시효는 대부분 만료됐다.
키코 계약은 2007~2008년 채결됐으며, 2008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민법상 시효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 혹은 기업이 문제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다. 둘 중 어느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키코 계약은 이미 시효가 지났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회피해야 하기 때문에 불수용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이번 2차 분쟁이 은행들의 불수용으로 마무리되면 새로운 3차 분쟁이 불거질 수 있다. 지금도 수많은 피해기업이 검찰 수사 등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6월 "은행권이 키코 피해기업에 배상하라"고 촉구하는 등 정치권도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논란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은행이 무조건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기도 어렵다. 4개 기업에만 수백억원의 배상을 해줘야 하는데, 추가적으로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기업이 150~200개로 추산되는 탓이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가 처음 출범할 때 참여기업은 240여개에 달했다.
아울러 은행 경영진 입장에서는 배임 문제도 부담스럽다. 은행 측에서 피해보상에 대한 법적 책임도 없고, 분조위 권고를 받아들일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피해보상을 결정하면 '업무상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한 차례 결과가 났던 키코 문제를 금감원이 다시 분쟁화한 만큼 은행이 불수용하는 식의 결과가 나오면 금감원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피해기업과 은행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분조위 결과가 적절하게 조절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키코 피해기업 등.[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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