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랑18세 첫 투표]학교, 어른들 정치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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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0-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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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에 관한 정확한 규정 없어…현재 법으로는 운동장 가능, 교실 불가능

  • "선거운동 학내 유입 막는 장치 필요"

지난달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고교 3학년 학생들이 대거 유권자로 유입됐다. 선거 연령을 낮추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들이 유권자가 됐다는 점에서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만 18세 선거권이 확대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개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교와 교실 내의 선거·정치활동을 차단하는 관련 법 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2002년 4월 16일 생(민법상 초일 산입)까지가 생일인 고등학생 수는 약 14만명(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 등록 기준)이다.

14만명의 표가 움직이는 만큼 이를 노리는 어른들이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수 있다는 걱정과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에서 선거운동을 하더라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선거법에서는 ‘학교’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장소로 규정돼 있지 않다. 

공직선거법 106조 1항은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또는 선거기간 중 입당의 권유를 위하여 호별로 방문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2항에서는 도로·시장·점포·다방·대합실 등 공개된 장소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호소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호별방문이 아니라면 학교에서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지금까지 판례에 따르면 후보자가 교실을 찾는 것은 호별방문에 해당돼 위법이지만 학교 운동장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과거 학교 운동장이 합동연설회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대다수 사람이 왕래하는 장소는 선거운동 장소가 될 수 있는데, 운동장은 누구든지 통행할 수 있는 곳으로 공개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조훈 법무법인 한결 전문위원은 “법원 판례에 따르면 구청이나 경찰서, 학교, 구청 민원실에 들어가는 것은 괜찮지만,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은 호별방문”이며 “교무실과 교실도 호별 방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는 학교에서의 선거운동이 어디까지 가능하고, 또 교실에서 제한되는지에 대해서는 법리적 해석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교육적 특수관계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 관여 행위에 대해 신고 포상금(최고 5억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만 18세가 처음 유권자로 편입됐기 때문에 선거권 확대에 따라 팀을 만들었다”며 “다른 선거법과 관련한 내용은 선례가 많지만, 학교나 교실은 선례가 없어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안내 자료를 만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학생들이 불법선거에 휘말리지 않도록 홍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 유권자들 역시 "기본적인 선거교육이 필요하지만 받은 적이 없다"면서 "선관위나 교육청이 교육강사를 지정하거나 제공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남 청소년YMCA가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만 18세로 선거 연령이 하향된 것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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