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春節·중국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중국 문화관광부는 올해 춘제 기간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은 4억5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만에 이 예측은 산산 조각났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섭게 확산하면서 대다수 중국인들이 여행은 커녕 집 문을 걸어 잠그고 ‘방콕’행을 택하면서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시장조사업체 STR이 집계한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5일 중국 여행 전문 매체 트래블데일리에 따르면 STR 집계 결과 지난 1월 14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중국 전역의 호텔 객실 점유율은 75% 하락했다. 14일만해도 70%에 달했던 호텔 객실 점유율이 26일 17%로 쪼그라든 것이다. 10개 객실 중 8개가 빈방이었던 셈이다.
춘제 당일을 전후로 한 24~26일까지의 평균 객실 점유율도 22%에 불과했다. 지난해 춘제 연휴와 비교하면 71% 감소한 수준이다.
중국 대표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Ctrip)은 지난달 29일까지 숙박·항공·관광 관련 상품 수백만 건의 예약을 취소 처리했다고 중국 매체 신랑재경은 전했다.
이외에도 퉁청이룽(同程藝龍), 페이주(飛猪) 등 다수 온라인 여행사가 약 80%에 달하는 취소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춘제 연휴와 신종 코로나 확산시기가 맞물린 것이 가장 뼈아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씨트립 관계자는 “춘제 연휴에 벌어들이는 매출은 평균적으로 한 해 전체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한다”며 “올해는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여행업계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는 최근 신종 코로나로 중국인의 해외 여행이 줄어들면서 세계 관광업계가 입을 타격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몇 배는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3년 사스가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를 강타했을 때와 비교해 세계를 여행하는 중국인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이들이 각국에서 소비하는 씀씀이가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18년 기준 해외여행을 다녀온 중국인 관광객은 약 1억6300만명으로, 이는 인구 규모 기준으로 세계 9위를 차지한 러시아 인구(약 1억4593만명)보다 많다.
이로 인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1100만명을 끌어들였던 태국은 올해 중국인이 200만명도 채 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고, 싱가포르는 중국 당국의 자국민 단체관광 금지 조치로 싱가포르 관광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홍콩 투자은행 보콤 인터내셔널의 루야 유 연구원은 “해외여행을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했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는 사스 때 입은 피해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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