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한 달 새에만 2% 넘게 뛰었다. 지난해 10월 초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미 존슨앤존슨, 코카콜라, 포드, 3M 등 미국 주요 수출업체들은 최근 어닝콜에서 올해 달러 강세로 인한 실적 파장을 경고했다. 달러가 오르면 현지 통화로 거둔 매출과 순익 가치가 줄어드는 데다 수출 가격이 높아져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 경계심이 만연한 상황에서 강달러로 인한 실적 우려는 미국 증시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스타벅스, 나이키, 맥도날드, 얌차이나 등은 중국 매장을 임시 폐쇄하는 등 올해 실적 여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투자자들은 올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등의 순풍을 타고 세계 경제가 회복을 본격화하면서 달러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 경제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이 고용을 중심으로 탄탄한 경제 상황이 확인되자 달러 자산의 매력은 한층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경기 위축을 가리킬 것이라는 전문가 예상과 달리 깜짝 경기 확장세로 전환했다. 1월 비농업부문에서는 신규 고용이 22만5000건을 기록, 예상치를 두 배 가까이 웃돌면서 고용시장 활기를 증명했다.
에밀리 롤랜드 존핸콕투자관리 공동 최고투자전략가는 "세계 경제의 본격 회복 시나리오는 보류됐다. 경제 성장 관점에서 미국이 가장 유망하다"며 달러 강세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악화일로의 신종 코로나 사태는 가뜩이나 부진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더 방해할 것이라는 공포를 부추기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수요를 더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신종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중국 내에서만 900명을 넘기면서 이미 사스 당시 기록을 뛰어넘었고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에 따른 충격파가 우려되고 있다.
시드니 소재 국립호주은행(NAB)의 로드리고 캐트릴 선임 외환전략가는 이날 로이터를 통해 "신종 코로나 추세와 그것이 경제 활동에 미치는 여파가 보다 확실해질 때까지 달러 가치가 도전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달러 강세가 최근 거래 범위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WSJ은 소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생각을 밝히고 있으며, 만일 금리에 변화를 준다고 해도 금리인상보다는 금리인하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를 부추긴 신종 코로나 같은 예상밖 변수가 달러를 장기적으로 지지하는 요인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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