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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막힌 출장길]① 최대투자국 베트남 너마저…해외사업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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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03-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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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오가는 주재원, 14일 자가격리는 기본...공항서 입국금지 허다

  • 2일 현재 80개국 한국발 입국금지·제한...삼성·LG·효성 등 해외투자 위기

#지난달 23일 어머니의 고희연 참석차 서울을 잠깐 방문했던 중국 톈진시 거주 김병철(가명·45)씨는 벌써 일주일 째 자가격리 상태다. 귀국 당일 아파트 관리실 측이 현관문에 봉인 테이프를 붙여버렸다. 집밖을 나오면 그날부터 자가격리 기간이 14일 자동 연장된다. 이번 주 예정됐던 현지 거래처와의 미팅은 자동 취소됐다.

김씨의 사례는 중국 톈진에 사업장이 많은 삼성, LG, 롯데 등 국내 대기업 근무자들의 요즘 일상이다. 한국을 잠시 다녀올 경우 14일 자가격리는 기본이다. 무증상이거나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판정을 받아도 예외가 없다. 아예 공항에서 입국금지를 당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새벽 한 누리꾼이 ‘제 친구가 중국에서 겪고 있는 일’이라며, 현지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한국인 친구가 거주하는 아파트 출입문에 ‘자가격리 딱지’가 붙었다고 전했다.[사진=MLB파크 ]



비단 중국 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등 한국과 경제 교류가 활발했던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 입국금지·제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그야말로 ‘코리아 포비아(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을 방문 또는 경유한 사람의 입국을 금지(36국)하거나 제한(44국)하는 나라는 80곳이다. 유엔 회원국(193국)의 약 40% 국가에서 한국인을 배척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의존도가 큰 한국 기업으로선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해외 출장·미팅, 현지 마케팅 행사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한국발 장비 운반과 협력사 직원 투입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기업들의 해외투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2공장,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의 완공 및 양산 일정이 늦춰질 공산이 커졌다.

특히 베트남마저 한국인에 입국 제한 조치를 강하게 하자, 국내 기업들은 패닉에 빠졌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으로 누적 투자액이 570억 달러(약 69조원)에 달한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만 8000여개에 달한다.

한국발 입국 금지 조치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예정했던 베트남 하노이 모바일 연구개발(R&D)센터 착공식을 취소했다. 이 행사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할 계획이었다. LG전자도 최근 스마트폰 연구직 10여명을 베트남 하이퐁 스마트폰 공장에 보내려던 계획을 백지화 했다.

베트남 남부 바리어붕따우성에 1조원을 투자, 폴리프로필렌 공장을 건설해 상업가동을 시작한 효성도 원료 수급 등을 우려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와 아세안 중심국인 말레이시아 등도 한국발 입국을 제한해 기업들의 해외수출 통로가 막힐 위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난 달 27일 현지 국영기업과 미팅을 위해 현지를 방문한 현대자동차 직원의 입국을 공항에서 금지했다. 이 지역 조선소에 지분을 투자한 현대중공업도 입국제한에 따른 비상 계획을 점검하고 있다.

우리가 나갈 수 없다면, 외국 바이어들의 초청이라도 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막히고 있다. 평소 거래가 활발했던 외국 바이어들이 한국 방문을 거절하는 분위기다. 새로운 계약과 투자 유치를 위한 길이 양방향으로 다 막힌 것이다. 해외 건설현장엔 추가인력 파견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사태가 지속되면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 사업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중국 등 신규계약이 본격화되는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2월보다 가시화될 것”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반응이다.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있는 비즈니스맨[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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