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여성들, 세상으로 나오다] ② 달라지는 제도들… 운전금지 해제·출산휴가 강화

중동 국가들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취업과 관련한 후견인제도를 완화했다. 2017년에는 남성 보호자의 동의 없이 여성들이 정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19년 8월에는 남성 후견인 동의 없이 여권을 발급하고 여행할 수 있으며, 혼인과 이혼, 자녀의 출생을 신고하고 자녀의 법적 후견인이 될 수 있게 됐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사우디가 여성의 운전금지를 해제한 것이다. 2017년 9월 여성의 운전권리를 인정하는 칙령이 발표됐어며, 이듬해인 2018년 6월 24일부터 여성의 운전이 허용됐다. 이는 여성의 이동이 제한되면 노동시장 참여를 저해하고, 생산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여성 취업 확대에 기여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사우디는 여성의 민간부문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 근로자의 이동을 지원하는 '우술(Wusool)'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사우디와 UAE는 원격근무,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해 이동의 제한 없이 여성의 민간부문 노동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지원 제도도 강화한다. 사우디는 2015년 출산휴가 제도를 개정해 여성 노동자가 10주의 유급 출산휴가와 1개월 간의 무급 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남성의 출산휴가는 1일에서 3일로 늘어났다. 2017년에는 6세 이하 자녀에게 4년간 보조금을 지급하는 보육지원프로그램 '꾸르라(Qurrah)'를 발표했다.

UAE도 2016년부터 토후국별로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연장하고 자녀돌봄을 위한 근무시간 단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출산휴가 제도를 공개했다.

취업 가능한 직종도 확대했다. 산유국인 사우디는 단기간에 제조업을 육성하기 어려운 만큼 관광업 등 서비스산업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계획을 세우고 관광산업을 여성 중점 취업 분야로 추진 중이다.

창업도 지원한다. '킹압둘아지즈과학기술도시'의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인 '바디르(Badir)'는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부문에서 여성 창업을 돕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인큐베이셔 'WITC'와 다수의 비영리단체가 여성 창업과 기업활동을 서포트한다.

UAE에서는 2002년 상공회의소 계획 하에 '에미리츠 여성사업가위원회(EBWC)'가 설립됐고 지역별 위원회도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에서 창업, 교육·훈련,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한다.

보고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내국인 여성인력이 대체하기 위해서는 사회 제도와 문화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경제활동 참여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통, 육아, 복지 등 핵심 부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한 "중동 각국 정부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정책을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남성 주도의 사회적 분위기가 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현지 기업환경과 수요를 파악해 새로운 진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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