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아파트부자들 스물한 번째 주인공은 1세대 분양권 전문 강사인 황성우 해안선 대표(43)다. IT계 연구원이었던 그는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한 후 부동산에 입문했다.
"2010년에 큰 사고가 나서 세 번의 대수술 끝에 사지마비라는 진단을 받았죠. 정신은 멀쩡한데,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어요. 1년 동안은 누워만 있어야 했습니다."
"가장 절망적인 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었어요. 외벌이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거든요. 병원에서 머리로 할 수 있는 부동산을 공부해보자 생각했던 게 시작이에요."
처음에는 내 집 마련과 생활비 정도의 고정 월세가 목적이었다고 한다. 청약을 공부한 이유는 당시 '반값 아파트'로 인기를 끌던 보금자리주택에 장애인 특별공급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은 국민 주거안정 목적에서 지난 2008년 도입됐다가 막대한 시세차익과 청약 광풍을 불러온 '로또' 논란 끝에 2011년에 폐기된 제도다.
"당시만 해도 청약 관련 책도 없었어요. 분야가 많아진 지금과 달리 '부동산 공부=경매'던 시절이죠. 저는 특별공급 대상자의 이점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결과적으로 그때 로또로 꼽혔던 단지는 다 떨어졌지만요. 그래서 왜 떨어졌는지, 어떤 입지가 좋은지, 경쟁률이 어디에 몰리는지 이런 것들을 연구원 시절 전공을 살려서 팠죠."
그가 처음으로 당첨된 곳은 광명역 역세권 모 아파트다. 당시 전용면적 84㎡ 기준 4억원대였던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은 현재 11억원대까지 올라왔다.
그동안 100% 가점제인 곳들만 도전해서 떨어진 시행착오 끝에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고 자금 여력이 되는 곳 중에서 미래 가치가 가장 뛰어난 곳을 고른 결과다.
매물을 선별하기 위해 매주 분양하는 아파트별로 △가격 경쟁력 △입지 △청약 조건 △인기 평형 예측 등의 목록을 작성해서 분석했다.
최근 분양 단지 또는 주변 신축 단지와의 시세 차이에 따른 프리미엄과 교통여건·학교·생활편의시설 위치, 1·2순위 자격, 경쟁률이 낮은 틈새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으면서 투자한 결과, 생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 돈을 벌게 됐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시절 꿈꿨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돈을 어느 정도 버니까 뭔가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이 왔어요. 5년 전에 부동산 공부를 더 해보자 싶어서 경매학원에 갔다가 인생 제2막이 시작됐죠."
"같이 배우려고 온 수강생들하고 얘기하다 보니까 청약투자가 더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주고 당첨 도와주고 하다가 투자자에서 강사로 전향하게 됐어요."
"청약 관련 강의나 책, 블로그 이런 정보가 없던 시절이니까 경매학원 원장님이 한번 강사를 해보라고 추천해줬는데, 저한테 너무 잘 맞는 일이더라고요."
그는 앞으로는 소소한 투자와 함께 강의를 인생의 낙으로 삼고 싶다고 한다. 수강생들이 보낸 메시지와 소소한 커피 선물을 자랑하면서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돈 많이 벌었고 나 잘났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부동산 재테크를 통해 저는 새 삶을 얻었고 다른 분들을 도와주면서 얻는 보람으로 살려고 합니다."
직장 스트레스 없고, 좋아하는 일 하면서 기쁨도 나누고, 가정도 평화롭고. 정말 죽도록 힘든 시기를 보낸 끝에 낙이 왔다랄까요."
현재 그는 유튜브 '해안선TV'와 '해안선 투자스토리' 블로그에서 부동산 재테크와 내 집 마련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예명이 해안선인 이유는 "그냥, 아름다워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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