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량이 무사고 ‘둔갑’... 안전·신뢰 강조한 1위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도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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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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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위매물 버젓이 판매 중, "무료 서비스 제공이니 문제없다"

  • 연간 300만대 거래 규모 시장 무색... 소비자 인식 "불투명·혼탁"

국내 1위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K사가 허위정보를 담은 매물을 판매하고도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며,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신뢰와 안전 등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허위매물 등 중고차 시장의 고질병의 해소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20%를 겨우 넘으며, 연간 수십조원 규모의 시장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중고차 아무도 믿지 마세요... 국내 1위 플랫폼도 허위매물 버젓이 판매 중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한 금융그룹의 계열사 한 곳이 운영하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K사에서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허위 정보에 의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곳은 업계 최다 수준의 매물을 보유한 곳이다.

최근 이 플랫폼을 이용해 딜러를 만나 기아자동차의 스포츠카 ‘스팅어(2018년형)’를 매입했던 A씨는 이 회사를 상대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하고,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지난 7월 무사고 차량인 줄 알고 신차 가격보다 조금 적은 3100만원가량(취등록세 등 제외)을 주고 스팅어를 구입했다. 하지만 A씨가 구입한 차량은 결국 사고 차량으로 판명이 났다. A씨는 차량을 구입한 지 1주일도 안 돼 주행 중 엔진오일 냄새가 나, 전문자동차 공업사에 입고 후, 사고 이력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K사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올라왔던 성능기록부와 보험이력 등에서는 무사고로 등재됐던 차량이다. 이 때문인지 차량을 실제 판매했던 딜러는 A씨의 항의에 처음에는 부인했으나, 이후 직접 공업사에 함께 방문해 점검하고서야 사고 차량임을 인정했다. 차량 사고·수리 이력을 숨기는 성능 조작에 해당하는 셈이다.

A씨는 K사가 과실을 인정하고도 피해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 회사는 해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중고차 정보의 정확성, 신뢰성 등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보증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오용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공지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 중고차 플랫폼이 마찬가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의 약관이 그렇듯 소비자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곳에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해당 부문에서 큰 이익을 거두며, 대표이사까지 나서 신뢰와 정확한 정보 제공 등을 강조하는 것과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이 덩치만 커지고 과거 문제는 그대로 내포하고 있는 이유다.

A씨는 “신차보증이 2년 5개월 6만km나 남아서 고액을 주고도 차량을 구입하기로 결정했었다”며 “하지만 K사 측에서는 수리만 해준다고 하고, 사고차량 인수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답답한 노릇은 점검 과정에서 과거 엔진 부분의 튜닝도 있었다는 게 발견됐다”면서 “이조차 몰랐다고 K사 측은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사 관계자는 “A씨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도의적인 차원이고, 성능기록부 등의 잘못된 내용 표기는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소비자들 “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 변화 꾀해야
물론 어떤 산업이든 소비자와 공급자, 플랫폼 사업자 사이에서는 이 같은 문제들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 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플랫폼을 통해 큰 수익을 보고 있다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A씨와 같은 사례는 중고차 시장에서는 그나마 실제 매물이 거래됐다는 점에서 양호한 편이다. 있지도 않은 물건으로 사기를 치거나,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강매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최근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등 더 다양한 업체들이 진출해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고자동차 거래 규모는 연간 300만대에 육박하지만, 아직도 레몬마켓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매년 1만건 가까운 민원이 제기될 정도의 부끄러운 수준으로 시장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대구 서구 한 중고차 판매장에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처분한 트럭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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