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그 후] ②밀착하는 북·중…中, 北 비핵화 설득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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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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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중 친선 관계 과시…'G2 갈등·美대선' 앞 美 압박 목적

  • 北 '암중모색' 기간 속 中 친선 앞세워 존재감 부각 의도

  • 中 미·중 전략경쟁 속 '북한' 미국 압박용으로 활용할 듯

  • 北 비핵화, '북·미' 아닌 '남·북·미·중' 4자회담 논의 필요

2019년 6월 20일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혈맹관계’로 불리는 북한과 중국이 최근 정상 간 친서 교환으로 양국 친선 관계를 재차 과시했다.

북한과 중국의 친선 과시는 이례적인 행보는 아니다. 하지만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고, 미국의 대통령이 교체되는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의 북·중 친선 관계 과시는 더 특별하게 해석된다.

북한은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앞세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경제난을 극복하는 동시에 대미(對美)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중국은 미국과 대립 구도 속 북한을 우군으로 확보해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이해관계가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1일 외교가 안팎에서는 북·중 친선 관계를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대화 요청’은 무시한 채 중국과의 밀착을 강화하는 만큼 한국과 미국이 중국을 이용해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회창군 소재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을 참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22일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北·中 의도적 친선 과시, ‘북·미 교착·코로나19’ 관리 목적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근 통화에서 북한의 북·중 친선 과시 배경을 통상적인 측면과 정세관리 측면 두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통상적인 측면에서는 올해가 중국 인민지원군의 ‘6·25 전쟁’ 참전 70주년이고, 내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당(黨) 대 당’ 친선 외교가 필요했을 것으로 봤다.

홍 실장은 “당 체제 국가에서 ‘당대회’는 외교의 꽃으로 불린다”면서 “당대회를 앞두고 2주 전부터 외교사절단이 오기도 한다. 이번엔 코로나19 때문에 얼마나 올지는 모르겠으나, 통상적으로 당대회를 앞두고 친선관계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세관리 측면에 대해선 “북·미 관계, 미국 대선 영향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상당 기간은 ‘암중모색(暗中摸索·어둠 속에서 더듬어 찾다)’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남북 관계를 화해 분위기로 만들어 가는 것과 함께 북·중 친선 과시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서 코로나19 경제난에 대응하고, 미·중 갈등 구도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중국과 어느 정도의 밀착구도를 갖고 이를 의도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 홍 실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북·중 친선 관계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적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북·중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논의되던 지난 2019년 1월 대미 협상 관련 인사들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같은 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홍 실장은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미국을 압박할 때 북한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 측의 입장을 상당히 존중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北 비핵화, ‘북·미’ 아닌 ‘남·북·미·중’ 4자회담서 논의해야”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겸 미국 윌슨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4자회담’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 위원은 윌슨센터 웹페이지의 아시아 프로그램 블로그인 ‘Asia Dispatches’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현재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도 북·중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협력해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성공할 것이라면서 남북이 참여하는 4자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위원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중국의 협조를 가로막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한·미가 함께 중국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긴밀하게 공조해 북한의 비핵화와 국제사회의 상응 조치에 대해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중국도 주변 정세 안정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위원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북한 비핵화 문제는 기존의 북·미 양자 간 협상의 틀을 깨고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그는 “북핵 4자회담이 개최되고 여기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면 일본, 러시아도 참여하는 6자회담으로 확대해 북·일 관계 정상화 카드로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더욱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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