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이인영 "美 정권교체 '정세 전환기', 남북의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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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1-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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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영 통일부 장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 취임 100여일 "아쉬움 있지만 후회 대체로 無"

  • "美대선, 코로나 변수에 영향 '큰 정세 변곡점'"

  • 고위당국자 "연말·연초 남북 협력 요인 늘 것"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미국 대통령 교체를 앞둔 현재를 ‘정세 변화의 변곡점’이라고 표현하며 남북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미국 차기 행정부와 협력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속해나가겠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종료된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언급하며 “큰 정세 변화의 변곡점이었고, 우리가 주목할 지점이 있다”면서 이번 선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파생된 새로운 질서와 변수가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분석했다.

이 장관은 이번 선거 투표율이 미국 선거 역사상 가장 높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 국민의 참여 열망이 표출되기도 했다”며 차기 미국 행정부가 갈등과 반목을 넘어 연대와 공존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이로 인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수립되는 시점까지 일정한 시간이 더 소요돼 동북아 정세의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를 계기로 남북 간 평화를 이룰 기회의 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고 기대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 장관은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정세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기를 희망하며 남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관계를 만들면 더 좋은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은 이미 그런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2000년 북·미 공동커뮤니케,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서 북·미 관계를 개선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남북 관계를 통해 북·미 관계를 개선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남북 간 신뢰회복을 통해 북·미 간 교착국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선후의 문제’가 아닌 상호작용 즉 남북-북·미 선순환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지금 북·미 관계가 교착 관계에 있어 남북 관계를 풀기 어렵다가 아니라 발상을 바꿔서 남북 관계를 잘 풀어서 북·미 관계 발전에 도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가 한반도 정책 수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북·미 간 직접 대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동맹을 앞세워 한국 정부와 소통하고 우리 정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 자체가 남북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장관은 “남북 대화의 협력이 있었기에 북·미 (관계) 진전도 만들 수 있었다”면서 “북측이 신중하고 현명하게, 유연하게 전화의 시기에 대처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북이 남북, 북·미 간 합의를 이행하고, 비핵화의 전향적 의지를 보여주면 한반도가 평화를 향해 나아갈 뿐만 아니라 남북 간 평화 협력의 공간이 확대되는 성과를 다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일부 내에선 일각에서 우려하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북한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이전보다 강한 것으로 판단,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남북이 대화하고 협력하는 객관적인 요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고위 당국자는 “북이 대화로 나오는 과정은 북의 의지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북의 지도층이나 권력층들이 어떤 의지를 갖고 어떤 정세 판단을 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대화와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요인이 증대돼 나갈 것으로 본다”면서 코로나19 관련 보건·의료협력 등 실질적 접근이 가능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대화 재개·협력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부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장관은 내년에 새롭게 출범할 바이든 미국 행정부과 공조해 한·미동맹의 새로운 동행의 시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검토에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고 이 기간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조야와 소통하겠다며 “바이든 당선자가 평화의 현자가 돼 우리 겨레에게 좋은 친구로 다가오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역사적으로 미국 정부는 동맹국의 입장을 늘 경청했다. 미국의 대북 관여 방식도 남북 관계 기조에 영향을 받았다”면서 “이번 역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한·미 간 지지의 토대를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로 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평화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통일부가 전력을 다하겠다면 정세 전환기 속 한반도 정세 안정을 관리하며 북·미 관계 진전에서 분명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방역에서 시작해 보건의료, 재해재난, 기후, 환경 등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한 ‘생명안전공동체’ 협력을 지속한다는 것도 언급했다.

한편 이 장관은 장관 취임 이후 100여 일간의 행보에 대해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일방적 메시지를 전하고, 평화를 위해 한 방향으로 묵묵히 걸었다. 작은 결재도 실행하면서 큰 정세 변화를 시야에 넣고 전략적 행보를 모색했다”면서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후회는 대체로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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