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로버섯 볶음밥 좀 먹고 가세요."
지난 12일 윈난성 쿤밍 시내의 한 특산품 전시관에 들어서자 상냥한 목소리가 발길을 붙든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니 카메라와 조명이 설치된 조리대가 보였다.
현지의 유명 요리사와 함께 생방송으로 송로버섯을 판매하던 여성 쇼호스트가 즉석에서 기자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전시관 내를 둘러보니 각 부스마다 생방송 스트리밍이 한창이었다. 한편에서는 과일을, 또 한편에서는 생화를 팔고 있었다.
어떤 부스에서는 윈난성에서 생산된 커피, 또 다른 부스에서는 전통 공예품 판매를 위한 생방송을 진행 중이었다.
전시관을 운영하는 곳은 윈난성 전자상거래 기업인 윈핀후이(雲品薈)다.
왕진허(王金和) 윈핀후이 회장은 "전문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이 아닌 회사 직원들이 직접 생방송을 한다"며 "14개 부스에서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마케팅이 시작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극에 달했던 지난 3월부터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농민과 소상공인, 도매상들이 파산 위기에 내몰리자 윈난성 정부와 민영기업인 윈핀후이가 힘을 모았다.
전통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왕 회장은 "평소에는 부스별로 하루 평균 10만~20만 위안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유명 왕훙인 웨이야(薇婭)를 섭외했을 때는 3시간 만에 4000만 위안어치를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쿤밍과 광둥성 선전에 전시관을 운영 중이며 내년 초에는 베이징과 상하이 전시관도 문을 연다"고 전했다.
현장에 같이 있던 윈난성 상무청의 천허우유(陳厚友) 디지털상무정보화처 부처장은 "지방정부가 직접 품질 검사를 한 제품을 판매하니 소비자 만족도와 재구매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윈핀후이 제품은 해외에서도 직구(직접 구매)가 가능하다"며 "윈난성 특산품을 홍보하기 위한 생방송 기지인 셈"이라고 부연했다.
윈난성 정부와 관련 업계가 정조준한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마침 '제6회 중국·남아시아 박람회'가 개최 중이었다.
천 부처장은 "박람회 기간 중 500회 정도의 생방송 스트리밍이 계획돼 있다"며 "윈난성의 각종 제품을 동남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윈난성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개혁·개방이 본격화한 1980년대 윈난성은 동남아 기업들의 생산 기지였다"며 "산업화 초기부터 깊은 인연을 맺어 온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동남아 국가 대부분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체결됐다.
윈난성은 중국과 동남아 사이에 끼인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개 무역과 첨단 산업 발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윈난성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조3223억 위안으로 중국 내 18위에 그쳤다. 1인당 GDP 역시 4만7944위안으로 전국 평균(7만892위안)에 못 미치는 낙후 지역이다.
이 소식통은 "RCEP 체결은 윈난성 경제 부흥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현지 수뇌부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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