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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겸 ESG연구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ESG가 화두가 된 배경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환경오염 개선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꼽았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SG 열풍은 코로나19 확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오존층 파괴 등 환경오염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위기가 현실화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ESG가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증권 ESG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의 주요 경영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윤 센터장은 ESG가 과거 SRI(사회책임투자)의 구성 요소 중 하나였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환경 이슈에 대한 공감대가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면서 SRI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SRI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투자자 관점의 개념으로 ESG가 SRI를 위해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였는데, 최근에는 피투자자 입장에서 지속 가능 경영과 사회 책임 경영 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ESG가 부각되기 시작했고 이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SG 열풍은 자본시장으로도 번졌다. 특히 윤 센터장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자본시장 내 ESG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윤 센터장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유럽연합(EU)이 구제기금을 만들 때 나온 재정 통합 첫 움직임이 리커버리 펀드(recovery fund)"라며 "펀드 중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환경 개선 활동에 할당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 역시 인플레이션이나 금융 안정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관련 자금들이 자본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은 잇따라 ESG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이와 관련한 투자 상품 등도 출시·운용하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기존 리서치센터 내에 ESG 연구소를 신설해 관련 리포트 발간뿐만 아니라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전문 인력과 협업 시스템 등을 삼성증권 ESG연구소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타 증권사의 경우 지주사 또는 산업재 담당 애널리스트가 ESG 분야를 동시에 맡고 있지만 삼성증권은 서스틴베스트에서 등급 평가를 총괄했던 본부장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며 "ESG 범위가 워낙 넓은 만큼 연구소 인력뿐만 아니라 리서치센터 내 모든 인력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ESG가 확산 초기 단계로 시장에서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분류 체계를 비롯해 공시 기준과 형식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계 정보를 바탕으로 공시 시스템이 갖춰지고 공시 내용을 분석해서 투자하는 환경이 갖춰진 것처럼, ESG도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ESG와 관련해 엄청난 규모의 정보가 쏟아지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기준 등이 없기 때문에 이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EU의 택소노미(Taxonomy·분류 체계)를 꼽았다. EU는 ESG 공시 기준과 형식 등을 구체화해 재무 및 비재무 정보를 통합 공개하는 플랫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EU 택소노미는 기업의 특정 활동이 ESG 경영에 해당하는지 정의를 내리고 기업 분류에 따른 공시 방법 등을 정리한 분류 체계로 6~7개 원칙만으로 대부분의 경영 활동에 대한 해석이 가능한 정도"라며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많이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윤 센터장은 ESG 채권 발행에 대한 인센티브와 탄소배출권 관련 글로벌 기준이 없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ESG 채권 발행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ESG 채권 발행이 해당 기업의 실질적인 ESG 개선 관련 투자로 연결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의 경우 "시장은 형성돼 있지만 나라마다 다르고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른 상황인데,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이 생기면 ESG와 관련한 변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오는 11월 열릴 예정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글로벌 스탠더드 제정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ESG 시장이 급성장하고 특히 기업들이 주로 환경(Environment) 개선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워싱은 환경 개선을 내세운 기업의 허위 또는 과장된 활동을 뜻한다.
그는 "모두가 ESG 관련 조직을 구성하고 홍보하다 보니 현혹될 수 있다"며 "관련 기업의 투자나 경영은 ESG 개선과 무관한데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상당히 많아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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