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승계 주체 바꾼다···밸류업·장기적 육성에 집중할 듯

  • 자회사가 모회사 역합병···3남 최대주주 유지

  • 에이치솔루션, 자체 사업 없어 지분확보 한계

  • 재계 "승계 위한 자금 마련···전략 전환한 듯"

한화그룹의 3세 승계 시나리오에 중대한 변화가 감지된다. 오너 3세의 개인회사로 그동안 승계 작업을 주도했던 에이치솔루션이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에 합병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에이치솔루션으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기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사업회사인 한화에너지를 활용해 끝맺음을 추진한다는 시각이다. 그동안 신속한 투자에 중점을 뒀던 한화그룹의 승계 시나리오에 더해 장기적으로 계열사 육성 역시 이뤄지는 형태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내부의 승계 주체가 다소 변경됐다. 그동안 승계 작업을 주도했던 에이치솔루션은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에 '역합병'되기로 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0월 1일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합병이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단행됐다는 입장이다. 실제 자회사가 완전 모회사를 역합병하는 방식이라 기존 에이치솔루션 주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그대로 한화에너지의 최대주주가 된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지분율 50%)과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25%),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25%)가 100% 지분을 쥐게 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한화그룹 승계 시나리오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승계 작업을 주도하던 에이치솔루션이 무대 밖으로 퇴장하고 한화에너지가 그 뒤를 잇게 됐다는 시각에서다.

에이치솔루션은 지난 2017년 한화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한화의 지분을 취득하기 시작한 후 올해 3월 말까지 보유 지분율을 5.19%까지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승계 작업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배구조 재정비 작업을 주도하기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된 지배구조 개선안 중 하나는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이다. 하지만 상장사와 비상장사 합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그룹 안팎의 우려가 많았다. 때문에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이 부각됐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다.

에이치솔루션이 김 회장(22.65%) 이상 ㈜한화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4350억원가량의 자금을 동원해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자체적인 사업 없이 계열사의 배당금을 수익으로 하는 에이치솔루션이 빠른 시간 안에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사진=한화에너지 제공]
 

이에 사업회사인 한화에너지 및 그 자회사를 육성해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해 한화에너지의 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철회부터 이 같은 전략 전환이 감지된다. 종전까지 한화종합화학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 6월 예비심사 등 상장 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나 돌연 한화종합화학은 상장을 철회하고 기업 가치를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몇 년 동안 한화종합화학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진행해 봤자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던 탓으로 파악된다.

이에 앞으로 한화그룹은 오너 3세의 개인회사가 된 한화에너지와 그 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 등의 밸류에이션 업그레이드(밸류업)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최대주주인 김 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과 사업 연관성이 높다. 향후 한화그룹의 후계자로 꼽히는 김 사장이 개인회사 육성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승계를 위해서는 합병 이후 한화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것"이라며 "일단 장기적인 관점으로 한화에너지·종합화학을 육성해 필요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기본으로 다양한 옵션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왼쪽부터)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사진=한화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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