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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달 1일부터 비대면으로 IRP에 가입한 고객의 운용관리 수수료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해줄 계획이다. 그간 우리은행은 퇴직금의 경우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각각 0.15%, 0.18~0.2%가량을 받았다. 개인부담금에 대해서는 운용관리 수수료로 0.02%, 자산관리 수수료로 0.18~0.2%를 부과했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우리은행은 새로 가입하는 고객뿐 아니라 이전에 IRP를 비대면으로 가입한 사람에게도 향후 수수료를 떼지 않기로 했다.
시중은행 중에서 IRP 수수료 면제를 내건 곳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앞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대구은행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IRP에 가입하는 고객의 수수료를 전액 면제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은행은 퇴직연금 적립 규모가 작아 파급 효과가 크진 않았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우리은행이 수수료 면제에 나선 만큼, 나머지 은행들의 동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른 은행들도 IRP를 포함해 전반에 걸친 퇴직연금 운용 방식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일제히 퇴직연금 제도 개선에 나선 이유는 높은 수익률을 따라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대거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퇴직연금 적립액은 아직까진 은행이 135조원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며 월등히 높지만, 증권사의 성장세가 매섭다. 올해 상반기 기준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56조원가량으로 지난해 말 대비 7% 넘게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 적립금 증가율이 3%대에 그쳤다는 점과도 비교된다.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 원인으로는 ‘수익률’이 꼽힌다.
은행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대부분 예·적금으로 연금을 굴리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주로 가입한다. 이러한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장기)은 저금리 기조 지속에 따라 1~3%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증권사에 퇴직연금 계좌를 보유한 고객은 주로 실적배당형(원리금비보장형)에 가입하는 탓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현재 은행 퇴직연금 운용상품에는 포함되지 않은 ETF가 수익률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수수료 무료를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탓에 은행권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라며 "우리은행과 같이 퇴직연금 적립규모가 비교적 큰 곳이 머니무브를 막기 위해 수수료 무료에 동참하면 나머지 은행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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