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의 e경영]④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한계…기업들 성장 방법론 변화 必”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현직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공개 방송을 통해 자신의 경영론을 펼친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금주의 클래스e' 특강을 통해서다. 본지 아주경제신문은 지난 18일부터 내달 4일까지 매주 월~목 방영하는 그의 특강을 방송 익일 지상중계한다. 재계 1위 삼성전자의 '초격차' 정신을 다져온 권 고문의 경영 철학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혜안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지난 21일 방영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2TV ‘클래스e’ 특강에서 그간 국내 기업들이 성장의 방법론으로 써온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것)’ 전략의 한계를 지적했다.

권 상임고문은 특강을 통해 “같은 상황에서 어떤 방법론을 쓰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 방법론에 따라 승패가 갈리고, 조직의 성패가 좌우된다”라며 “임진왜란 당시에도 조선군이 칼과 화살로, 일본군은 조총을 사용했고 결국 큰 격차로 조선군이 참패했다”고 말했다.

방법론 선택에 따른 성공의 대표적인 예시가 우리나라라고 권 상임고문은 설명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거치며 한국은 남은 게 없었다. 1950년대 국내 소득은 100불 수준이었다”며 “당시 유일한 자산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만든 게 수출주도형 경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열이 뛰어났다. 산업화 초기 단계에 들어서면서 성실한 인재가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당시 기업들은 이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회사를 자세히 봤고, 이들을 모방해 빨리 쫓아가자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방법론에는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권 상임고문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의 주요한 덕목은 근면, 성실, 희생이었다. 모방을 통해 이렇게 이른 시일 내 초일류 기업을 만든 것은 한국뿐일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카피 모델만으로는 더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실제 지난 20년간 경제성장률을 보면 지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일 먼저 변해야 할 것은 기업”이라며 “이와 함께 규제의 자율성도 확보돼야 한다. 한국은 주로 다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규제가 줄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혁신적인 것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클래스e'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EBS2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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