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영하의 날씨를 뚫고 만난 압구정의 공인중개업자들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급등한 집값, 높은 종부세 등으로 인해 최근 제기된 부동산 폭락론에 대해 적어도 강남 지역은 앞선 2012년처럼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남불패'로 유명한 강남도 앞서 하락했던 시기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2년 당시 서울 아파트 가격은 6.65% 하락했으며 강남구는 그 두 배인 12.09% 떨어졌다.
방문한 강남의 공인중개업소는 한산했다. 중개업자들은 모두 거래가 아예 멈춘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서울 강남 주택 시장은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거래는 많이 감소했고 매매가격도 소폭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지역 일부 단지에서는 기존 매매가격 대비 1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도 나오고 있다.
압구정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 전체적인 경기침체가 있었고, 그 당시 강남지역 아파트도 하락했었다"며 "그러던 2009~2010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을 풀어준다고 해 다소 회복했다가 (오 시장 퇴임 이후인) 2011년부터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반면 현재는 주요 대선 후보들과 서울시 등이 모두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을 언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압구정의 공인중개업소 B 대표는 "2012년 당시엔 강남에도 미분양이 나오는 등 공급이 풍부했었다"며 "지금은 공급이 적기 때문에 강남이 크게 하락할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B씨는 "매수자는 물론 집주인들도 여전히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거래는 전혀 없다"며 "급매가 일부 거래되며 집값이 소폭 하락할 수는 있지만 2012년처럼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대통령선거라는 큰 변수도 있지만, 많이 오른 만큼 지금 팔고자 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며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이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소폭 하락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집주인들은 높은 양도소득세로 인해 집을 팔아서 비슷한 조건의 거주지로 이동할 수 없다"며 "매물이 나올 수 없는 시장이라 관망세는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대 초반 정부는 분양가가 저렴해 이른바 ‘반값 아파트’ 등으로 불린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공급했다. 2011~2014년 연평균 서울 분양물량은 3만5000가구로 그 이전 2007~2010년 연평균 물량(2만6000가구)보다 35% 더 많았다. 서울지역 내 발생한 미분양도 2012년 말 기준 3500가구까지 늘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당시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나중엔 '반값주택'이 강남지역에서도 공급됐다"며 "강남에도 미분양이 생겼고, 재고주택 침체도 시작됐다"고 말했다. 저렴한 공급이 많으니 이 공급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늘고 재고주택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며 "현재는 공급이 충분하지 않고,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사전 청약 등을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한 공급은 최소 2026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정부라고 해도 똘똘한 한 채를 권장하는 기조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며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많은 지역은 서울, 특히 그중에서 강남으로 수급문제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급락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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