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의 경우, 지난해 '영끌 열풍'(대출 비율을 최대한 높여 부동산을 매매함)의 중심지 중 하나였던 홍제동을 위주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홍제동 '홍제삼성래미안' 전용면적 60㎡의 거래가는 지난해 9월 8억4800만원(9층)에서 지난달 12일 7억2000만원(6층)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8월 14억3000만원(15층)까지 거래됐던 '홍제센트럴아이파크' 84.96㎡는 이달 3일 12억9000만원(3층)에 팔렸고, 지난해 9월 10억4000만원(6층)의 최고가를 기록했던 냉천동 '동부센트레빌' 84㎡ 역시 지난달 26일 9억500만원(8층)에 손바뀜했다. 이들 모두 1억원 넘게 실거래가가 빠진 것이다.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삼성래미안'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A대표는 "급매 같은 경우엔 (호가가) 평균 1억원이 내렸다"면서 "(전고점 대비) 1억2000만~1억5000만원까지 떨어져 나올 때도 있지만, 가계약금만 조금 걸었다 빼기도 하는 등 실제 거래는 뜸하다"고 전했다.
성북구 길음동 소재 공인중개사사무소 B대표는 "지금은 급매조차 끊긴 상황"이라면서 "손님에게 가격이 싸다고 말을 해도 반응이 없어 중개하기가 힘들 정도로 금리가 오른 후엔 매매나 전월세나 분위기가 가라앉은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B대표는 이어 "8단지 래미안 로열동의 경우 최근 실거래가가 1억원 빠지기도 했다"면서 "9단지 래미안 전용면적 84㎡는 과거 12억9500만~13억원까지 팔렸던 매물이 요즘은 12억5000만원대에 나온다고 설명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C대표의 경우 "이쪽 급매는 대부분 영끌보다는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는 일시적 2주택자들"이라면서 "1년 이내에 집 하나를 팔아야 하기에 평균 5000만~6000만원은 내려서 집을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C대표는 그러면서 "급매가 나온다고 해도 손님이 잘 붙지 않는다. 파는 쪽이나 사는 쪽 모두 3월 대선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경우가 많다"면서 "앞서 성수기 때는 2000만원만 내려도 집도 안 보고 계약하겠다고 나왔는데, 지금은 집주인들이 급매로 내놨는데도 '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냐'고 성화"라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급매로 인한 하락 통계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서울 부동산 시장 전반의 조정 분위기는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실 실장은 "지난해 크게 오른 가격에 대한 고점 인식 피로도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급감한 데다 임대차 시장도 비교적 큰 움직임이 없어 내집 마련 수요가 숨을 고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비강남권 아파트 매물의 호가 하락폭이 커진 것은 1주택 갈아타기 급매물과 일시적 2주택 처분 시한 매물 등으로 조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한다"면서 "이번달에도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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