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다음 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산업은행이 수도에서 전체를 아우르며 금융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지방 이전 시 잃을 게 더 많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의 수장이 정치권을 상대로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 금융당국과 의견을 나누고 중소·벤처기업 대출 지원, 구조조정 등 수십조원의 정책금융을 집행해야 하는 국책은행의 경우 더 그렇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산업은행을 콕 집어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부산에 지지 기반을 둔 서병수 의원은 산업은행의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바꾸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이전에 부산시장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산업은행을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북 전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우려는 업무 비효율이다. 손발을 맞춰야 할 금융당국은 서울에 있어, 지방에서 올라오는 실무자들은 시간과 비용, 체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방에 이전한 금융공기업 실무자들을 배려해 일부러 목요일 오후나 금요일에 집중해서 미팅을 잡는 편”이라고 말했다.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다.
인력 유출도 문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17년에 전주로 이전한 후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적립금을 투자·운용해야 하는 전문가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MZ세대 직원들은 대기업 대비 낮은 연봉 때문에 이직을 고민하고 있고 실제로 퇴사율도 올라가고 있는데,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이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핵심 인력의 이탈은 조직 운영에 있어 치명적이다.
지역균형 발전도 물론 필요하다. 중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지역균형과 금융산업 경쟁력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게 우선이다. 지역 정치인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을 소관하는 국회 정무위원회까지 참여해 종합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선거’라는 단어는 빠지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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