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의, '선거'는 빠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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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2-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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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금융부 정명섭 기자]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이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진보가 아닌 퇴보입니다. 지역 정치인들이 산업은행 지방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소탐대실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다음 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산업은행이 수도에서 전체를 아우르며 금융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지방 이전 시 잃을 게 더 많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의 수장이 정치권을 상대로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 금융당국과 의견을 나누고 중소·벤처기업 대출 지원, 구조조정 등 수십조원의 정책금융을 집행해야 하는 국책은행의 경우 더 그렇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산업은행을 콕 집어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부산에 지지 기반을 둔 서병수 의원은 산업은행의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바꾸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이전에 부산시장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산업은행을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북 전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직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직장인 익명 SNS 블라인드에선 지방 이전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이동걸 회장의 작심 발언은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의식한 데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의 금융공기업도 지방 이전의 대상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가면 우리도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맴돈다.
 
가장 큰 우려는 업무 비효율이다. 손발을 맞춰야 할 금융당국은 서울에 있어, 지방에서 올라오는 실무자들은 시간과 비용, 체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방에 이전한 금융공기업 실무자들을 배려해 일부러 목요일 오후나 금요일에 집중해서 미팅을 잡는 편”이라고 말했다.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다.
 
인력 유출도 문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17년에 전주로 이전한 후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적립금을 투자·운용해야 하는 전문가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MZ세대 직원들은 대기업 대비 낮은 연봉 때문에 이직을 고민하고 있고 실제로 퇴사율도 올라가고 있는데,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이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핵심 인력의 이탈은 조직 운영에 있어 치명적이다.
 
지역균형 발전도 물론 필요하다. 중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지역균형과 금융산업 경쟁력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게 우선이다. 지역 정치인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을 소관하는 국회 정무위원회까지 참여해 종합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선거’라는 단어는 빠지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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