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폭등, 환율 변동 등이 심화하면서 국내 경제계가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올해 경영계획을 새로 세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전년도 말이나 늦어도 연초에 한해 경영계획을 세우는데, 최근 이를 아예 전면 재검토하거나 일부 수정하느라 경영전략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적어도 올 상반기 리스크와 대비책을 만들라는 지침이 슬슬 나오고 있다"며 "각 계열사 CEO들도 이에 발맞춰 전략을 세우느라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연간 경영계획이 의미 없는 상황"이라며 "롤링 플랜(rolling plan : 계획과 실적 간 차이를 비교해 끊임없이 계획을 재구성하는 것) 방식으로 상황에 따라 뜯어고치는 게 현명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기업 대다수도 현재의 유가나 환율 상승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당해 낼 재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에 따른 부담은 원자재 부품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는 전자업계를 비롯해 건설, 기계, 정유화학, 항공사까지 도미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애초 예정했던 투자와 고용도 올스톱 될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재계 1위인 삼성전자만이 올해 채용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작년 8월 오는 2023년까지 총 4만명 신규 채용을 공언했고,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지난 13일 올해 상반기 공채 계획을 발표했다.
고용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투자다.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붕괴, 운송 차질 등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쌓아둔 자금'을 시장에 풀기도 쉽지 않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불확실할수록 자금력이 중요해진다"며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해 현재로선 판단할 수 없거나, 새로운 경영계획 수립 전까지 보류 또는 예정보다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