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내렸다는데 기름값 아직도 고공행진… 고환율에 골머리 앓는 정부

  • 고환율로 인해 수입 가격 높아…재정 투입 커지면 나라살림에도 부담

아주경제 그래픽팀
[아주경제 그래픽팀]
 
정부가 계속되는 고환율 기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제 유가 안정세에도 고환율로 국내 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 등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갇혔다. 고환율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부 측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세수 감소와 지출 확대는 나라 재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유가 안정세에도 국내 기름값 소폭 하락…유류세 연장만 반복

정부는 22일 이달 말 일몰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2개월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 고환율로 인한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에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육책을 꺼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내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세수 감소 등 부작용에도 유류세 인하 종료 대신 일부 축소 조정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지난해 11월부터 탄력세율 조정을 통해 휘발유는 15%, 경유·액화석유가스(LPG)는 23% 인하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휘발유와 경유, LPG 부탄 인하율을 각각 10%, 15%로 조정된다. 

이 같은 정부 측 결정은 국제 유가는 안정세지만 국내 기름값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에서 많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초 배럴당 76달러였지만 이번 달 60달러 중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국내 기름값은 휘발유 기준 올해 초 ℓ(리터)당 1671원에서 이번 달 둘째 주 1644원으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고환율이 국내 기름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20.6원으로 거래됐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로 다소 안정되긴 했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90일간 유예된 관세 전쟁이 재확산되면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수가 15조1048억원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는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인 후 하반기에는 인하 조치를 종료하는 상황을 가정한 추정치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가 길어지면 세수가 세입예산을 밑돌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입 비중 높은 설탕·코코아 할당 관세…고환율 길어지면 재정에 부담

정부는 고환율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정 품목에 양과 시기를 정해두고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는 할당관세 제도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고환율 국면이 길어지고 업계에서 할당관세 수요가 계속되면서 재정에 부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설탕, 카카오 원두, 오렌지 농축액, 옥수수(가공용) 등 72개 품목 등에 할당관세를 시행하고 있다. 가공용 옥수수와 대두 관세율은 3%에서 0%로, 설탕 관세율은 30%로 5%로 인하됐다. 커피, 코코아 등에 대해서는 10% 부가가치세도 면제하고 있다. 

고환율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에너지 분야 할당관세도 지속하고 있다. 겨울철 발전용과 도시가스용 LNG 관세율을 3%에서 0%로 유지했고  액화석유가스(LPG) 할당관세도 올해 상반기까지 연장한다. 

국제 가격 안정세에도 고환율로 인해 할당관세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설탕 가격과 코코아 가격이 안정세에 진입했지만 관세를 복원하기 힘든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할당관세는 업계 수요를 바탕으로 재정 당국이 국제 가격과 환율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재정 당국으로서는 할당관세 규모가 커지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당초 정부는 올해 할당관세 지원 규모를 1조1092억원 수준으로 예측했지만 고환율 국면이 길어지면 이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할당관세로 줄어든 세수가 1조75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더욱 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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