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우크라이나 위기: 세계 무역과 개발에 대한 전쟁의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전쟁으로 인한 교역과 생산량 감소를 지적하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의 부담을 전 세계가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는 "빈곤국들은 부유한 나라에 비해서 소득의 더 큰 부분을 식량에 소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쟁으로 인해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며 "이는 이들 나라의 정치적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뮬레이션 결과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이 작년 10월 WTO의 전망치인 4.7%에서 2.4%~ 3% 사이로, 거의 절반 가량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무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이들 양국이 필수 상품인 식료품과 에너지의 중요한 공급처라는 점을 보고서는 강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시장에 밀 25%, 보리 15%, 해바라기 제품 45%를 공급했다. 특히 러시아는 천연가스 수출 점유율이 20%에 달하는 등 전 세계 연료 무역의 9.4%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팔라듐과 로듐의 주요 공급국으로, 2019년 기준 전 세계 팔라듐 공급의 26%를 차지한다. 반도체 생산은 우크라이나가 공급하는 네온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보고서는 "산업계가 반도체 부족에서 막 회복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공급난은 자동차 생산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처인 유럽이 (전쟁으로 인해) 입을 경제 충격이 클 것”이라면서도 “곡물 및 기타 식품의 출하 감소 등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은 가난한 나라들의 식량 안보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와 중동은 곡물 수요의 50% 이상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기 때문에 전쟁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혔다. 아프리카 총 35개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식량을 수입한다. 22개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혹은 둘 다로부터 비료를 수입한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일부 국가들은 전쟁이 이 지역의 곡물 수출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밀 가격이 50~85%까지 오를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인해 식품 가격이 이미 역사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현재의 위기는 국제 식량 불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전쟁이 세계 경제의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경제 제재로 인해 주요 경제국들이 자급자족에 나서며, 세계 경제가 탈동조화(디커플링)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억제해 전 세계 GDP를 5%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시장을 열어 모든 국가에 경제적 기회를 계속 개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