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50년간 15만명의 환자들과 함께한 정신과 의사 이근후가 말하는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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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5-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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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시대다.
시대가 지날수록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과 문화 등 많은 것에 있어서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는 건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50년 넘게 수만명을 치유해 온 정신과 의사 이근후 박사와 유쾌하고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호이 기자/ 이근후 박사]



Q. 백세 시대입니다. 어떻게 하면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들 수 있을까요?
A. 우선은 백살까지 살아야죠. 근데 인간의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건강하게 수명이 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건강하게 백살까지 사는 게 희망이지, 식물인간처럼 침대에 누워서 백살까지 살면 뭔 소용이 있겠어요. 젊었을 때부터 건강에 대해서 유의하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운동이든 취미로 꾸준하게 해보는 게 중요해요. 그게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것도 유쾌할 수 없어요.
 
Q. 86년을 살아오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A. 나는 87년까지 살줄 몰랐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계획적으로 알았을 거에요. 저희 아버님이 49세에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제 나이 49살 때쯤 굉장히 불안했어요. 아버지보다 오래 살지 못할 줄 알았거든요.
 
Q. 언제 나이 들었다는 걸 느끼세요?
A. 60살 때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꼈어요.
과거에는 60살이 된다는 게 의미 있는 것이었거든요. 저는 교직생활을 했기 때문에 65살이 정년이었거든요. 60살이 되니까 '정년퇴임이 5년 남았는데 정년퇴임 이후의 생활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60세는 인생을 살아 온 길을 한 번쯤 되돌아 볼 나이라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삶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붙들고 살아온 습관이 있나요?
A. 나도 모르게 습관화된 것들이 많았어요.
어릴 때부터 정직해야 된다는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좋다 나쁘다의 개념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어요. 근데 살아보니까 좋다, 나쁘다의 개념은 그렇게 구분될 문제는 아니더라고요.
좋다는 것 속에도 나쁜 점들이 있는 것이고, 나쁘다고 하는 것 중에서도 선한 게 있는 거예요.
 
Q. 인생에서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고, 어떻게 극복을 했나요?
A. 지금까지 모든 것들이 힘들었어요. 그중에서도 시대에 적응하는 게 제일 힘들었죠.
그리고 6.25 전쟁으로 인해 등록금을 내지도 못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갑자기 몰락을 한 상황에서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니까, 엄청 암울한 시기였어요.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 검정고시를 쳐서 한 해를 벌고 싶었어요. 근데 합격을 하더라도 대학교의 등록금을 낼 돈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등록금을 안내는 대학교를 찾아보다가 해양대학교와 육군사관학교가 있어서 담임선생님께 얘기를 했더니 “사람이란 일생을 살아보면 1~2년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Q. 많은 사람들이 지금 행복해야 된다는 걸 알면서도 미래의 행복으로 인해 지금의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현재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A. 현재에 충실하면 행복은 언젠간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정작 행복한 사람도 행복의 중심에 있을 때는 몰라요. 당시에는 고통스러웠던 것도 나중에 가서 되돌아보면 행복한 거예요.
미래에 행복할 것이다, 미래에 불행할 것이다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 현실에 충실해야 돼요.
 
Q. 인생의 전반기는 어떻게 살았고, 후반기는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A. 전반기는 별로 재미없었어요. 전쟁과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뭐가 즐거워요.
정년 퇴임을 하고 나서 전반기와 비교해보면 퇴임 이후가 실감나게 즐거워요. 의무로부터 벗어났거든요.
의무가 있다는 건 잘해야 된다는 거예요. 내가 교수면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돼요.
잘 가르치려면 경쟁을 해야 되거든요. 그게 고통스러운 거죠. 근데 퇴임을 하고 나니까, 그런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거에요. 의무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인생의 전반기는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해야 돼요. 잘해야 인정을 받거든요. 근데 퇴임 후에는 잘할 필요가 없어요. 의무로부터 벗어나면 행복한 것 같아요.
 
Q. 고등학교 시절 미대를 희망했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어쩌다가 의대를 갔나요?
A. 지금도 미대에 가고 싶긴 해요. 초등학교 때 미술선생님이 엄했어요. 근데 늦어서 이젤을 세울 자리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옆에서 측면을 보고 그렸어요. 근데 선생님이 오시더니 도화지를 보시면서 학생들한테 그림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야 된다는 거예요. 그 칭찬 덕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중학교 미술반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미대에 가고 싶었는데, 6.25 전쟁 때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이중섭 선생을 만나서 집에 놀러 갔는데, 미술을 하면 굶어 죽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의과대학에 들어갔어요.
 
Q. 50년 넘게 15만명을 진료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뭔가요?
A. 닥치지도 않았는데 미래를 너무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내일은 아직 안 왔어요. 근데 내일 걱정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벗어 나질 못해요.
그리고 지나간 과거에 시시콜콜하게 매달려서 잊지 못하는 집착에서 자유로우면 사람들은 상당히 행복할 것 같아요.
 
Q. 나이가 들어도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근후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A. 꼰대는 철들지 않은 노인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저도 꼰대에요.
근데 나는 학교와 병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운 것들이 많아요.
자기 자신이 잘못된 건 못 보면서 다른 사람의 조금이라도 안 좋은 건 트집을 잡고 지적해요.
건강하다는 건 자기 것을 자기가 볼 수 있는 사람이에요. 나를 타인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면 굉장히 건강한 거예요.
 
Q. 인생을 살면서 배운 것 중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뭔가요?
A. 사람과의 소통이요. 통해야 되잖아요.
근데 점점 이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것보다 사람과 애완동물 간의 소통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람 간에 소통이 어려우니까, 그렇게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소통은 내가 전하는 것도 있지만 그 사람이 나한테 전하고자 하는 것도 소통인데 이게 충돌이 되면 괴로워요. 내가 하는 말을 순순히 들어주면 좋은데, 그걸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근데 동물은 저항을 안 하고 들어주잖아요.
 
Q. 삶에서 특별히 소중했던 인연은 뭔가요?
A. 많죠. 악연도 있고 좋은 선연도 있어요. 근데 악연도 인연이에요.
악연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선생님이잖아요. 제가 중학교 때 6.25전쟁이 일어났는데, 전국각지에서 대구로 피난을 왔어요. 깡패들도 많았거든요. 근데 깡패들이 제가 만만하니까 자꾸 때리는 거예요. 상당히 굴욕감도 있었죠. 근데 나이가 들어서 광화문에서 집에 오려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대구가 고향이세요?”라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기사님도 고향이 대구래요. 그러더니 깡패의 별명을 아냐고 묻더라고요. 잘 안다고 하니까, “죄송합니다. 그게 저에요”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맞을 때는 악연이잖아요. 근데 이 사람이 나한테 말을 걸 때는 “그때 못 된 짓을 많이 해서 요새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면서 죄송하다고 말을 하는 거예요. 그걸로 마음이 다 풀렸어요. 목적지에 도착해서 돈을 주려고 하니까, 그냥 가더라고요. 악연이라고 하더라도 그때 악연이지, 그 악연으로 인해서 자기가 깨닫든지 내가 선연으로 바꾸는 동기가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인연이죠.
 
Q.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는 어디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세요?
A. 사람들은 자기 주장만 하려고 하기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거예요.
자기주장만 들어줄 사람이 누가 있나요? 아무도 없어요. 그걸 알면 상대방 얘기도 들어봐 줘야죠. 소통은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 거예요. 주고받는 게 끝이 아니라 주고받은 대화에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돼요. 소통은 둘이 함께 즐길 것을 찾는 거예요.
 
Q.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여러분답게 사세요. 사람마다 다 성격이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비교 때문에 열등감을 가지면 안돼요. 내가 갖고 있는 속성을 나 말고는 아무도 갖고 있지 않아요.
희귀한 거에요. 자기답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야 돼요. 비교로 자기를 괴롭히지 마세요.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라는 걸 알아야 돼요.
 
Q. 마지막으로 삶에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해주세요.
A. 즐거움은 쾌락이에요. 쾌락을 얻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좋지 않은 데서 얻는 쾌락이 있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얻는 쾌락이 있어요. 좋지 않은 쾌락이 쌓이면 중독이 되고, 사회적인 역할을 못해요. 그러니까, 그런 걸 피하는 게 좋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이근후 박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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