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③] "웃음 너머의 진심" – 개그우먼 김영희,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무대

 
소통왕 말자할매 김영희 사진 김호이 기자
소통왕 말자할매 김영희 [사진= 김호이 기자]

 
"말자할매" 김영희, 공감과 웃음으로 만든 인생 무대
개그우먼 김영희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가끔은 조언보다 허언’을 출간했다. 그는 책을 통해 힘든 시기를 지나온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책을 좋아하지만 잘 읽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 한 번에 읽히는 책을 쓰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묵직한 공감을 남긴다.
 
개그, 우연에서 운명으로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을 꿈꾼 적은 없었다. 개그맨이 되는 길조차 몰랐다. 하지만 친한 후배가 코미디과에 진학하고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며 ‘쟤보다 내가 더 웃겼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작정 40만 원을 들고 서울로 상경했다. 그렇게 시작된 개그 인생은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었다. “흘러가듯이 해왔던 게 코미디라서 그냥 물 흐르듯이 했다”는 그는, 어느 순간 선택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직접 공연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했고, 결국 개그콘서트가 부활하면서 다시 무대 위에 서게 됐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말자할매, 공감으로 완성된 캐릭터
김영희의 대표 캐릭터 ‘말자할매’는 단순한 개그를 넘어 공감과 위로의 아이콘이 됐다. 방송 활동이 뜸했던 시절,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며 즉흥적인 개그를 시도했다. 욕쟁이 할머니가 고민 상담을 해주는 형식이었는데, 개그맨 정범균이 이를 눈여겨봤고, 함께 무대에 올리면서 지금의 ‘말자할매’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코너로 할 생각을 못했다. 이왕이면 배운 할머니 캐릭터로 하고 싶었다”는 그의 선택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성공을 거뒀다.
말자할매의 인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예전에는 ‘재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 요즘에는 ‘덕분에 힘이 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포기하고 싶을 때 일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말자할매를 통해 웃음 이상의 감동을 전하고 있다.
 
웃기는 직업, 웃어야 하는 직업
코미디언으로 살아온 시간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잘 나가는 순간보다 내려간 순간이 많았고, 동료들이 TV에 나오는 동안 수익 없이 버텨야 했던 시간도 길었다. 그러나 그는 무대에 서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즐겼다. “내가 웃어야겠다는 걸 가장 크게 깨달았다”는 그의 말처럼,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이 웃을 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딸 덕분에 자연스럽게 웃을 일이 많아졌다.
코미디계의 변화도 실감한다. 개그콘서트가 긴 휴식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신구 조화가 이루어졌고, 관객층이 젊어졌다. 예전에는 TV 출연만으로 인기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유튜브나 쇼츠가 더 빠른 반응을 얻는다”는 그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개그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김영희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영희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강박에서 공감으로
말자할매를 하면서 그는 강박을 크게 느꼈다. 하지만 한 관객의 고민이 그의 생각을 바꿨다. 첫사랑을 못 잊겠다는 여성에게 “세상에 남자는 많다”고 말했더니, 그 관객은 “그 사람은 하나잖아요”라고 답했다. 순간 그는 “너도 하나야. 소중한 너를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말했고, 그 말에 관객은 눈시울을 붉혔다. 녹화를 망쳤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 장면이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웃기는 것보다 공감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행복해도 불안한 이유
요즘 김영희는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그 행복이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일들을 많이 겪다 보니까, 정말 행복해도 편하지 않다. 대비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무대에 서고, 웃음을 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코미디언으로서, 그리고 사람 김영희로서
김영희는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을 “가장 매력적이지만 그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포지션”이라고 표현한다. “코미디야말로 예능의 정석이다. 직접 무대를 만들고, 연기하고, 웃음을 창조하는 일이 너무 멋지다”는 그는, 여전히 코미디의 가치가 더 인정받길 바란다.
코미디언 김영희는 솔직하고,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난다. 하지만 사람 김영희는 아직 자신을 완전히 사랑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를 본 분들은 ‘김영희는 직접 봐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저는 아직 저를 다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끝으로,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그는 말한다. “저는 아직도 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어떤 명강사도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없다. 결국 문을 열고 나오는 건 본인이다.”
그리고, 모든 코미디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존경한다. 말의 힘을 키우고 싶다. 코미디언이야말로 완벽한 아티스트다. 우리는 더 인정받아야 한다.”
웃음 속에 감동과 진심을 담아온 김영희. 그가 만들어갈 앞으로의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
 
김영희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영희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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