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업소는 총 1만88곳이었다.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은 중국산이 2169건으로 6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산 772건(21.5%), 호주산 169건(4%) 순이었다. 국내산으로 위장한 중국산 품목으로는 배추김치가 1557건으로 71.7%에 달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해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한 업체도 3115곳에 달했다. 농관원은 농식품 수입과 가격 동향 등을 감시하고 원산지 표시 위반이 의심되는 업체를 중심으로 현장 단속을 실시한다. 당시 적발된 업체를 업종별로 보면 일반음식점(45.6%), 가공업체(18.6%), 식육판매업체(7.8%) 등 순으로 많았다.
원산지 표시법 본래 명칭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이다. 농수산물과 그 가공품에 대한 원산지 표시 등을 관리해 공정 거래를 유도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마련됐다. 소비자 관점에서 원산지 표시법은 알 권리를 보장해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원산지에 따라 품질과 위생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산지는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할 기본 정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원산지 표시법으로 형사 고발돼 재판에 넘겨쳤을 때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또 원산지 표시법은 식품위생법 등과 다르게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는다. 식당이나 제조업체 등이 실질적으로 불이익이라고 체감할 만한 조치가 원산지 표시법 위반에 따르지 않는 실정인 셈이다. 원산지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얻는 이익이 원산지 표시법 위반으로 받는 위험 부담보다 커 법을 준수할 유인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대전지법 형사5단독(박준범 판사)은 2019년 7월부터 이듬해까지 6월까지 미국산·호주산 소고기를 섞어 만든 육전을 팔면서 원산지를 ‘한우·미국산’으로 표시한 혐의로 기소된 식당 주인 A씨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판매한 육전은 약 1만3000인분, 1억7500만원 상당이었다.
창원지법 형사7단독(김초하 판사)은 멕시코·호주·칠레 등 외국산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국내산으로 위장해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B씨가 2017년부터 약 3년에 걸쳐 국내산 라벨을 붙여 소비자를 속여 판 육류 무게만 4000㎏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민 식품위생법률연구소 변호사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넘어 약식기소 후 벌금만 내고 끝내는 것도 원산지 표시법 위반 사건에서는 허다하다”며 “영업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실제로 수익에 타격을 입는 영업정지나 품목 제조 정지 등인데 이마저도 원산지 표시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산지 표시법을 지키지 않고 부당이득을 챙긴다고 해서 업소나 업체가 문을 닫는 것도 아닐뿐더러 변호사를 선임하면 영업을 지속하면서 소송을 길게는 2년까지 끌 수도 있다”며 “재판이 진행 중이어도 ‘유죄가 확정되지 않아 다투는 중’이라고 외부에 얘기할 수 있으니 영업자로서는 잃을 게 크게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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