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건물 올려야 하는데…" 깊어지는 건설업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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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송하준 김민영 박새롬 수습기자
입력 2022-11-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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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사재개' '추모동참' 눈치싸움

  • 지자체 지침도 없어…혼란 가중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이태원참사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맞은편 4번 출구 공사현장은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멈춰있다. [사진=송하준 수습기자]

"건설현장은 하루하루가 다 돈인데…추모 기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요."
 
서울 이태원역 4번 출구 앞 건설현장은 '공사 재개'와 '추모 동참' 사이에서 눈치싸움 중이다. 공사가 지연될수록 건축주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1번 출구 추모 인파와 건축주의 '재촉' 사이에서 건설 현장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만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4번 출구 앞 공사를 관리하는 전창환 무한건설 현장소장은 길 건너 1번 출구 추모 공간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전 소장은 이태원 해밀톤호텔 골목 맞은 편 4번 출구 일대에서 5층짜리 상가 건설현장 공사를 지난달 31일부터 일시 중단시켰다. 그달 29일 300명 넘는 사상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이 길 건너편 있는 데다, 시민들이 몰리는 1번 출구 사망자 추모 공간이 있어서다. 추모 기간 도로 한쪽은 통제되고 있다.
 
그는 "참사 현장 바로 앞에서 건축물 자재를 내리고 시끄럽게 공사하며 전 국민이 추모하는 분위기를 망칠 순 없다"며 건축주에 어렵사리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현장소장 입장에서는 민원과 안전이 공사 진행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여서다. 공사 일정대로라면 벌써 크레인·화물트럭이 오가고 기존 건물 철거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추모객들이 몰리고 도로가 막히면서 건설자재 관련 차량 진입도 어려워졌다. 전 소장은 "국가애도기간에 공사를 똑같이 진행하면 이기적이라고 비난받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선 금융회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와 건축주(시행사)에게 대출해주고, 대신 이자를 챙긴다. 예상치 못했던 참사에 건축주는 "일주일 공사 셧다운으로 발생하는 상가 피해액만 1500만원 정도 추산된다"고 귀띔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달리 선택지가 없다. 건설사는 건축주와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에서 정한 기간 내에 책임 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 기댈 수도 없다. 서울 용산구청 차원에서도 애도기간 시공과 관련한 지침(가이드라인)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아 공사 현장 혼란은 커지고 있다. 무한건설이 건축주에 시공 중단을 직접 요청한 것에 반해, 해당 현장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다른 공사장은 중단·축소 없이 예정대로 시공을 진행하고 있다.
 
용산구청 측은 공사 중단과 관련해 난처한 입장을 보였다. 구청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금시초문"이라며 "민간사업이기에 개입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들 간 협의로 자체 중단한 사안으로, 사고 전에 이미 시작한 공사를 추모기간을 이유로 중지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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