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저출산 오히려 기회일수 있다 …'한국식 해법'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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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2-11-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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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교수]


(5)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18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2030년에는 5120만 명으로, 2070년에는 3766만명(1979년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2020년 3738만명이었던 생산가능인구는 매년 40만명씩 감소하여 2070년에 1737만명이 된다고 한다. 인구 감소를 억제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6년간 출산율은 더욱 하락했다, 2021년에는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0.81명까지 하락했고 올해에는 0.80명 선도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염세주의자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750년에 한국 인구는 완전히 소멸될 것이라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미래를 비관하고 있다. <2018 인구절벽이 온다> 저자인 미래학자 해리 덴트는 세계 각국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유효수요 부족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오는 상황인 인구절벽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그는 같은 시기에 한국에도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지만 이와는 다른 시각도 있다, 세계적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2007년에 2025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5만 달러를 넘어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가 되고, 2050년엔 8만1462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가 된다고 전망했다. 현시점에서 볼 때 그 당시 전망이 너무 희망적이었다는 생각도 들고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이 이렇게 하락했구나 하며 낙담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이러한 전망의 근거 중 하나는 기술 진보는 출산율과 무관하게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가 감소되기 때문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빠르게 올라간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지에서도 저출산이 반드시 비관적인 것은 아니라는 기사를 실었다. 인구 감소는 1인당 GDP를 오히려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력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들이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신기술을 대거 개발할 것이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은 과거보다 높아지고 정년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과거 높은 출산율과 사망률을 통해 유지되던 인구 규모는 이제 저출산과 낮은 사망률을 통해 유지되고, 전체 경제 규모가 줄어 국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정치인들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심지어 이러한 인구 변화는 인류의 황금시대를 알리는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역발상하면 저출산은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골드만삭스나 이코노미스트지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할 필요는 없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우리의 편협된 시각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다양한 사회정책을 통하여 출산율을 1.85명 수준으로 회복시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프랑스 청년실업률은 1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높은 수준이다. 일자리 대책 없는 출산정책이 프랑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2007년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던 청년 폭동 사태도 일자리 없이 늘어난 청년 인구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저출산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최근 대졸자 취업률이 역대 최고인 96.3%를 기록하였다. 최근 경기 회복이 주요 요인이지만 베이비붐 세대라고 할 수 있는 ‘단카이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대거 이탈하면서 공백이 생긴 데다 청년 인구 자체가 이미 적어진 상태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일본 사례는 저출산·고령화는 재앙이라는 단선적인 인식만으로 대책을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 평균수명은 83.5세로 우리나라도 인생 90년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장수는 인류의 오랜 희망이다. 절대권력자였던 중국 진시황도 누리지 못했던 장수를 우리 사회는 향유하게 된 것이다. 이는 재앙이 아니고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는 과거 개발연대에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던 대만·홍콩·싱가포르 등이다. 일본은 현재 세계 최고령 국가이고 저출산이 심각했지만 합계출산율이 1.34명(2020년) 수준이어서 우리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중국은 장기간 산아 억제 정책 영향으로 저출산(2021년 1.16명)과 고령화(2021년 14.2%) 위기가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저출산이 심각한 것은 유교문화에 기초한 가부장 중심 사회가 급격히 해체되는 과정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인구가 조밀한 산업화 국가라는 점이 동일하다. 부존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생존경쟁이 치열하여 일상의 삶이 팍팍한 현실이 저출산 분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출산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로 수도권 과밀 집중 문제도 있다. 전 인구 중 50%가 서울·인천·경기에 거주하면서 인구 과밀화가 심화되어 주거비용 등 생계비용이 높아지는 등 출산 여건이 열악해지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즉, 출산율이 낮은 홍콩·싱가포르 등 도시국가가 처하고 있는 현실과 동일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인당 GDP가 높아지면서 워라밸(work and balance) 풍조가 확산되면서 결혼과 출산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면서 출산율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자녀 출산 여부는 개인의 선택 문제다. 한때 출산율을 낮추기 위해 국가적 산아 제한 정책을 시행했고, 결과적으로 1984년에 합계출산율이 2.0 이하로 하락했지만 이것이 산아 제한 정책의 효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필자가 세계 149개국 합계출산율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데이터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1인당 GDP와 합계출산율이 역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인당 GDP, 즉 경제적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는 합계출산율이 3.0명 이상으로 높았지만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서면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의 합계출산율은 국가별 편차는 있지만 2.0명 이하 수준에 머물렀다. 잘사는 국가 중심으로 더 세부적으로 비교해보면 이스라엘은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넘었지만 출산율은 3.0명 수준이어서 매우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는 출산율이 1.8명 내외이고, 동아시아의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은 극히 낮았고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는 그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별로 나타나는 다른 특징은 물질적 경제 수준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문화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스라엘은 높았고, 가족적 색채가 강한 동아시아와 남부 유럽은 낮았다. 한편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안정적이었다. 이렇게 볼 때 출산에 미치는 요인은 실로 복잡다기하고 정답은 없다. 국가마다 경제·사회·문화가 다른데, 저출산 극복에 성공한 국가의 사례를 단순히 벤치마킹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출산율을 회복시키자면 출산 주체 세대 입장에서 출산이 비출산보다 더 선호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출산에 따른 비용은 줄이고 출산에 따른 편익은 늘리는 것이다. 출산·육아·교육 관련 과중한 비용에 대한 부담 주체를 개인과 가계에서 사회와 국가로 빠르게 전환돼야 한다. 특히 여성의 적극적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제도적 요소와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가정에서도 육아와 교육 부담을 남성과 여성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가족 단위가 개인 단위에 비해 세금 및 사회보험료 부담과 복지급여 수급 등에서 불이익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근로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할 것인지, 늘어날 것인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높은 청년실업이 선결적으로 해소되어야 하고, 최근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 상승도 어떤 방식이든 완화되어야 한다. 또 정부의 보육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설 중심에서 아동 중심 지원으로 조속히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보육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보육료 등 각종 규제에 대한 과감한 완화 또는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재정의 건전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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