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명품의 가치를 지키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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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3-07-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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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재섭 구하다 CEO

윤재섭 구하다 CEO
윤재섭 구하다 CEO
지난해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분야가 있다. 바로 명품 소비 부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명품 소비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인 1인당 명품 소비액이 325달러(약 4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명품 구매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국가가 된 것이다.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한국의 온라인 명품 시장이 약 2조4000억원 규모에 이르렀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부른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은 기존의 명품 구매 패턴을 뒤집었고, 온라인 기반의 명품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했다. 명품 플랫폼은 이전의 복잡한 유통 과정을 최소화한 유럽 현지 상품 직접 소싱과 판매 방식의 다변화를 통해 일반인의 명품 구매 장벽을 크게 낮췄다.
 
하지만 연이은 가품 논란은 신뢰 문제를 불렀다. 대형 패션 플랫폼과 명품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직접 구매한 상품이 리셀 플랫폼을 통해 가품 판정을 받는 일이 계속되며 시장 전체에 노이즈가 일었다.
 
일부 소셜커머스와 포털에서 성행하는 위조 상품 판매와 관련한 신고·제보 건수는 매해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검증되지 않은 병행 및 구매대행 업체가 입점해 명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서비스는 현실적으로 잠재된 가품 문제를 품은 채 운영을 계속 이어가는 상황이다.
 
반대로 온라인 명품 유통 비즈니스의 구조적 한계로 꼽히는 ‘가품’ 이슈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노력도 이어졌다. 럭셔리 하우스와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아이템의 시장 유통을 60% 이상 책임지는 유럽 현지 부티크(명품 브랜드 본사에서 상품 판권을 부여받은 공식 총판)와 직접 계약을 맺어 현지 창고에 업데이트된 다채로운 신상품을 실시간으로 국내에 소개했다.
 
또한 브랜드 본사와 직접 거래해 시즌 신상을 직매입하는 플랫폼들도 있다. 이들은 다소 폐쇄적이고 복잡하게 이뤄졌던 오프라인 기반의 명품 유통 모델이나 신뢰 문제에 휩싸인 온라인 명품 유통 비즈니스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럭셔리 하우스 브랜드와 오랜 세월 함께하며 전 세계 명품 시장의 대성장을 이끈 콧대 높은 유럽의 부티크도 현지 신상 아이템 일체를 국내 시장에 실시간으로 적확하게 소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한국의 IT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 핵심은 현지 데이터베이스와 직접 연동하는 것에 있는데 시스템 간 일대일 기술적 연결을 통해 수천 개 브랜드의 전 카테고리 신상이 명품 소비 1등 국가의 예민하고 명민한 구매자들의 세분화된 니즈와 연결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의 패션 심미안은 기대 이상, 상상 이상이다.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의 런웨이와 쇼룸에서 이제 막 공개된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의 신상 아이템에 관심을 갖고, 남과 다른 차별적 매력을 확보하기 위해 유니크한 럭셔리 아이템의 한정판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거기에 기꺼이 큰돈을 지불한다. 이들은 특정 브랜드의 시즌별 스타일 변화, 부속품의 디테일 차이, 상품의 고유 번호 등을 외우고 있을 정도이니 시즌 신상의 전 상품을 커버하는 기술 기반의 해외 연동 소개 방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더욱이 이 방식은 ‘가품’ 논란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유통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럭셔리 및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본사는 자체 생산 브랜드의 고유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온라인 기반의 유통사는 NFT 형태의 보증서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례로 유럽 최고 명품 기업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는 2021년 리치몬트 그룹의 주얼리 카르티에, 프라다와 손을 잡고 블록체인 컨소시엄 ‘아우라(Aura)’를 결성했다. 모조 상품의 유통을 막고 상품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목적에서다.
 
명품(名品)은 ‘이름난 물건’이라는 그 뜻처럼 이를 구매한 사람의 품격을 높일 수 있도록 디자인 단계부터 제작 과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민과 한 땀 한 땀의 정성이 들어간다. 명품의 고유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하게 가격 경쟁력에만 힘을 쏟는 행태를 근절하고, 검증된 상품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들은 무조건적으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건강한 유통 문화와 환경이 정착될 수 있도록 기반을 먼저 다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더욱 장기적인 사업 성장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공급 플랫폼의 기술적인 노력과 제도적인 정책, 그리고 소비자의 올바른 명품 소비 의식이라는 삼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명품 소비 1등 국가라는 타이틀도 그에 걸맞은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다양한 명품·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임과 동시에 명품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는 트렌드를 이끄는 1등 국가로서 이름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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