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image/s3,"s3://crabby-images/3beb7/3beb70680f35ecb8c2d4f703da452ee744c01c9e" alt="윤석열 대통령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 발언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kaneynacokr2023-08-24 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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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30년간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돼 온 산업단지 관리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산단 입주 업종 제한을 완화하는 등 민간이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 같은 킬러 규제 개선을 통해 향후 10년에 걸쳐 24조원 규모의 투자 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다만 민간 투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산업단지 입지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입주 업종, 토지 용도, 매매·임대 규제 등 20건의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전국에는 총 1274개의 산단에 12만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산단은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62.5%, 수출의 63.2%, 고용의 53.7%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산단을 관리하는 제도가 30년 넘게 요지부동이라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첨단·신산업 분야 기업이 기존 산단에 들어올 수 있도록 경직적인 입주 업종 제한을 풀기로 했다. 산단별 입주 업종을 5년마다 재검토하고, 업종이 불분명한 새로운 산업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업종심의기구를 통해 입주 가능 여부를 신속히 판단할 방침이다. 또 일부 금지업종을 제외한 기업들의 입주를 허용하는 업종 특례지구(네거티브존)를 확대하고, 법률·회계·금융 등 서비스업의 입주도 허용한다.
산단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5년간 매매·임대를 제한하는 현행 규제도 푼다. 정부는 산단 입주 기업이 공장을 금융·부동산투자회사 등에 매각한 뒤 재임대하는 자산유동화를 비수도권 산단에 한해 허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신·증설 투자 및 연구개발(R&D) 재원 확보가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산단의 토지 용도 제한을 풀어 편의점, 카페, 병원 등 편의시설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노후 산단은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어 청년 근로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었다. 2021년 기준 국가산단 내 청년층(19∼34세) 근로자 비율은 29%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 제기에 따라 개발 계획 변경 절차 없이 토지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면적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 지금은 국가·일반산단의 경우 누적 3만㎡까지 개발 계획 변경 절차 없이 토지 용도 전환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산단 면적 규모에 따라 최대 누적 10만㎡까지 허용된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공장 하나를 더 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산단 내 근로자들의 편의와 정주 여건을 높여야 산단 전체의 경쟁력이 살아난다"며 "이런 차원에서 편의 시설 용지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역별 특색과 실정을 잘 담아내기 위해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산단으로 전환한다. 국가산단 개발계획 변경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지방정부 주도로 '산업단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수 있도록 풀어주기로 했다. 여기에는 산단 내 전략산업 재편, 교통·공간 혁신 마스터플랜 등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산업단지 입지 킬러 규제 혁파를 통해 오는 2033년까지 24조4000억원 이상의 투자와 8조7000억원 이상의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1만26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정부 예상과 달리 민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단환경개선펀드 규모를 확대하고 용도 변경 시 개발이익 정산방식 개선 등 민간의 산단 투자를 촉진 방안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기존 산단에 대한 민간 기업의 투자 여지를 넓혀주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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