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올해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돈의 규모가 110조원을 웃돌며 관련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세수 부족에 따른 일시적 자금 부족을 중앙은행 '마이너스통장'으로 충당하면서 이자 등 재정 부담은 물론,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정부 일시대출금 및 이자액 내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한 누적 금액은 총 11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정부가 지난해 한은으로부터 빌려간 연간 대출액은 34조2000억원으로 올해 누적 대출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지출이 확대된 2020년 정부의 한은 일시대출금 연 규모가 102조913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뛰어넘는 큰 규모다. 올해 일시대출금이 크게 늘면서 정부가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497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는 것은 자금 사용처에 비해 걷힌 세금이 부족해 재원을 급히 끌어 쓴 일이 빈번했다는 뜻이다. 국내 통합재정수지는 7월 말 기준 37조9000억원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9월 말 기준 정부의 한은에 대한 일시대출 잔액은 0원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113조6000억원을 빌렸다가 일단 모두 상환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면 유동성에 영향을 미쳐 물가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한은은 '정부가 일시적 부족 자금을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한은으로부터 차입하기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관련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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