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김상현·정준호호(號)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은 유임이 확정됐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부사장)는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적 부진으로 주요 임원들이 줄줄이 짐을 쌀 것이라는 예상을 깨는 인사다.
5일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확정하고 승진자와 일부 퇴임 임원들에게 공지했다.
롯데그룹은 6일 롯데지주 이사회를 시작으로 각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를 발표한다. 통상 기업들은 임원 인사가 나기 1~2일 전에 퇴임 임원들에게 통보한다.
김상현 부회장은 2021년 말 롯데쇼핑 부회장으로 선임된 후 내년에도 유통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김 부회장은 2021년 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순혈주의를 깨고 영입한 대표적인 '비(非)롯데맨'이다. 롯데쇼핑 대표 자리에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기존 방식으론 현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신 회장의 절박함이 묻어난 인사였던 셈이다.
신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 쇼핑 부문 실적은 부진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김 부회장 유임을 결정하며 재건에 앞장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매출액은 김 부회장이 선임된 2021년 말 기준 15조5736억원(연결기준)에서 지난해 15조476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올해는 15조원 아래로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0조923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5% 감소했다.
김 부회장 유임은 체질 개선을 통해 내실을 다진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영업이익은 증가 추세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4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에 성공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9월 'CEO IR 데이'를 열고 2026년까지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김 부회장은 '그로서리 1번지' 전략을 내세우며 영국 리테일 기업 '오카도(Ocado)'와 손잡고 최첨단 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해 왔다.
이날 열린 롯데쇼핑 오카도 물류센터 착공식에는 신 회장과 김 부회장이 함께 참석했다.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연임에 성공했다. 게다가 이번에 사장 승진 명단에 오르며 신 회장에게 신임을 얻었다는 평가다.
지난해까지는 롯데백화점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정 대표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에 매출액 3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영업이익도 42.9% 크게 늘며 4980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수장 취임 후부터 꾸준히 고급화를 앞새워 잠실점과 강남점 리뉴얼을 주도해 콘텐츠를 강화한 게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롯데지주 관계자는 "인사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면서 "퇴임 대상자들에게 공지가 갔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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