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가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16대 대만 총통을 선출하는 대선(大選)이 오는 1월 13일 치러진다. 이번 총통선거에서는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賴淸德·64) 후보가 중국과의 평화를 추구하는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66) 후보의 추격을 따돌리고 2200만 대만인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아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제정치학계가 신뢰도를 인정하는 인터넷신문 메이리다오(美麗島) 전자보(電子報)가 지난 12월 21·22·25일 사흘에 걸쳐 실시한 제 97차 지지율 조사 결과 라이칭더 후보는 지난 96차 조사 때보다 1.4%포인트 상승한 38.9%를 기록했고, 허우유이 후보는 3.2%포인트 하락한 29.4%를 기록해서, 표본오차범위 ±2.8%를 벗어난 9.5%포인트의 차이를 기록했다. 지난 7월 17일 제1차 조사를 실시한 메이리다오 전자보의 2024 총통선거 여론조사에서 라이칭더 후보는 계속해서 1위의 자리를 고수해왔으며, 허우유이 후보는 지난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실시된 조사에서 처음으로 라이칭더 후보와 각각 31%로 동률을 기록한 이래 지속적으로 내리막 곡선을 그려왔다.
허우유이 후보는 라이칭더 후보와 표본조사 오차범위 내의 추격세를 유지하다가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오차 범위 밖의 열세를 기록했다. 허우유이 후보와 라이칭더 후보가 31%의 동률을 기록했을 때 3위 후보인 대만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64) 후보와 후보통합을 논의하다가 통합이 결렬된 이후 지지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커원저 후보의 지지율은 1위 라이칭더 후보 지지율의 절반 정도인 17~18%대의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커원저 후보가 소속한 대만민중당은 중국과의 통일 정책에서 라이칭더의 민주진보당과 허우유이의 국민당의 중간노선에 해당하는 “중국에 대한 방어력을 확보한 상태에서의 양안(兩岸) 교류”를 주장하고 있다.
세 후보의 프로필을 보면, 집권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국립 대만대 물리치료학과와 미 하버드대 공공위생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의사 출신으로 정계에 투신, 민주진보당 주석(당대표)과 고향인 타이난(臺南)시 시장, 행정원장(총리), 부총통을 거쳐 이번에 총통후보가 됐다. 대만의 역대 총통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공산당과 벌인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1947년 대만으로 건너온 이래 초대 장제스(蔣介石) 총통, 6대는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蔣經國), 8대 리덩후이(李登輝)까지 국민당 총통으로 이어져왔다.
대만의 첫 정권교체는 2000년에 실시된 제10대 총통선거에 처음으로 이뤄져 대만섬 출신 지식인들이 창당한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인 천수이볜(陳水扁)이 당선됐다. 천수이볜은 4년 임기의 연임을 한 뒤,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에게 정권을 돌려주었다가, 2016년 제14대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정권을 다시 찾아온 뒤 연임을 하고있는 중이다. 이번에 라이칭더 후보가 허우여우이 후보를 꺾고 제16대 총통에 당선되면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이 집권을 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후보는 중앙경찰학교 출신으로 내정부 경찰국장, 중앙경찰대 총장과 신베이(新北) 시장을 거쳐 이번에 총통후보로 발탁돼 뛰고 있다. 제3의 후보인 커원저 후보도 민진당의 라이칭더와 마찬가지로 의사 출신으로, 국립 대만대 의학과 출신으로, 2019년에 창당한 대만민중당 주석과 타이베이(臺北)시장을 거쳐 이번에 총통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이번 대만총통 선거는 후보들의 프로필이나 정책비전보다도 중국과의 양안(兩岸)관계, 즉 대륙과의 통일방안이 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은 시진핑의 3연임을 결정한 지난해 10월 16일 발표한 제20차 당대회 결정문을 통해 “평화통일 일국양제가 양안 통일에 최고의 방식”이라면서도 “그러나 외부세력의 간섭과 극소수의 대만독립 분자들의 분열활동에 대한 무력사용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중국공산당의 대만 통일에 대한 그런 입장은 지난달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과 시진핑의 미·중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미국측에 분명히 전달됐다고 중국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은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만문제가 중·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가장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미국측은 결코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야 하며, 중국은 어떻게든 통일을 할 것이며, 통일은 필연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올해 1월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상한 ‘다음 번 전쟁의 첫 번째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서 미국과 중국,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대만 유사시 참전 가능국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보고서는 24차례의 워게임 시뮬레이션을 통해 중국의 타이완 침공이 성공할 것인지, 또 양측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를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중국의 타이완 침공은 성공하지 못하며, 미국도 피해가 커 양측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CSIS가 실시한 24회의 전쟁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미 해군은 2척의 항모와 10~20척의 대형 전함을 잃게 되고, 전쟁 시작 3주 만에 3200명의 미군이 전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20년간 전사한 미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였다고 한다. 반면 중국 해군은 일본에서 동원된 미군의 미사일 공격에 궤멸되면서, 1만명이 전사하고 수만명의 전쟁 포로가 발생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중국은 155대의 전투기와 138척의 주요 전함을 잃게 된다고 했다. 중국군의 선제공격은 대만 수도 타이베이와 중요도시들, 그리고 괌 주재 미군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시작되지만 결과는 미국과 일본의 반격으로 대만 침공 중국군의 궤멸이라는 결과를 낳는다고 이 보고서는 제시했다.
또 지난달 30일 발표된 포린 어페어즈의 대만보고서는 베이징(北京)과 타이베이(臺北), 워싱턴 3자가 모두 전쟁을 대비한 무력 강화 방안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대만이 대륙으로부터의 분리를 더 이상 추구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고, 대만과 미국은 중국의 대만 공격을 저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린 어페어즈의 이 같은 진단은 2주 뒤에 실시될 대만의 총통후보 선거 결과가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로 귀결될 경우 오는 2027년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에 대한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70여 년 전 한반도에서 발생한 한국전쟁 개전으로 북한의 한국에 대한 침공이 마오의 중국공산당 군대의 한국전쟁 개입으로 이어져 중국공산당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전에 북한을 부추겨 한국을 공격하도록 해서, 평택의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두려는 사전조치를 중국이 취하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우리로서는 검토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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