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시설 안 된다" 여의도 시범, 재건축 차질 빚나…'신통기획 철회' 목소리도

여의도 파크원타워에서 바라본 여의도 재건축 단지 풍경. [사진=박새롬 기자]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단지 내 '데이케어센터'를 건립하라는 서울시 요구에 반발하면서 일부에선 신통기획 철회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데이케어센터는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들을 보호·지원하는 노인복지시설로, 시범아파트 소유주들은 단지 내 기피시설을 들여올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의도 시범아파트 소유주들은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시범아파트 정비계획에 담긴 노인복지시설 '데이케어센터'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업시행을 맡은 한국자산신탁 측은 이달 초만 해도 데이케어센터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상하겠다고 했으나, 주민 반발이 커지자 최근엔 "기부채납 건축물 중 데이케어센터는 삭제하는 방향으로 서울시와 재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시범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한강변 금싸라기 땅에 기피시설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며 "데이케어센터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시범아파트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시행을 맡은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데이케어센터 내용은 서울시가 포함시킨 것이지만, 한국자산신탁이 해당 내용을 알고도 추가 협의나 조정 없이 뒤늦게 공지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초 서울시 정비계획이 수정가결된 이후 같은 달 30일 데이케어센터 내용이 담긴 심의조건을 소유주들에게 공식카페를 통해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정비계획에서 기부채납시설 비중이 늘어나 임대주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데이케어센터 건립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 주민 반발이 격화하자 뒤늦게 기부채납 중에 노인시설을 삭제하고 그 면적만큼 문화시설을 확보하는 내용을 추진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한국자산신탁 측은 "토지등소유자들 의견을 받아들여 정비계획 재공람 전까지 기부채납 건축물 중 데이케어센터는 삭제하는 방향으로 서울시와 재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대장단지로 꼽히며, 공작과 한양아파트에 이어 사업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되던 곳이다. 이번 데이케어센터 기부채납 문제로 협상이 길어지거나, 계획을 변경하게 될 경우 재건축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신통기획 철회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신통기획 철회와 불공정 기부채납 반대'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걸 예정이고, 다른 한쪽은 신통기획 철회가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범아파트 소유주 A씨는 "소유주 입장에서 데이케어센터가 들어오는 것은 반대한다”면서도 “이 문제로 인해 이미 확정된 신통기획을 철회한다면 우리에게 좋을 게 없다. 원점으로 돌아가면 사업이 최소 2~3년 미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들 사이에 신통기획 철회에 대한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서울시는 시범아파트의 경우 신통기획이 완료되고 정비구역 지정 심의가 끝난 만큼 신통기획을 철회한다는 개념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지난 2022년 9월 신통기획이 완료됐고 지난해 10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이 통과됐다. 기존 1584가구에서 재건축을 통해 2466가구 규모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