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의 소재는 AI가 만들어 낸 이미지들이다. 작가는 주로 문자 대신 자신의 기존 작품 이미지를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에 입력한 후 재해석을 유도한다. 출력된 결과물 가운데 도상을 선택해 새로운 회화의 화면으로 옮겨오는 방식이다. ‘불타는 눈사람’도 그렇게 얻은 도상 중 하나다. AI의 오류도 예술의 한 부분이 됐다.
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자유롭게 오간다. 노 작가는 “디지털 스크린이 늘 곁에 붙어 있는 아날로그 회화”라고 자신의 작업을 소개한다.
현실세계에서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신비하고도 기이한 광경들은 디지털 스크린을 건너 회화의 화면 위에 다시금 재현된다.
작가는 ‘홀리’ 제작을 위하여 에어브러시를 작업 과정에 처음 도입했다. 캔버스와의 거리 등을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는 에어브러시는 매우 아날로그적인 작업이다.
노상호 개인전 ‘홀리’ 전경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그는 매우 성실한 작가다. 2014년부터 10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드로잉을 그렸다.
‘더 그레이트 챕북’(2014~)은 매일 한 장씩 그린 드로잉들을 하나의 화면 위에 다채롭게 조합하여 유채 물감으로 채색한 회화 연작이다. 회화 작업은 매달 쌓인 30여 점 드로잉 속 도상들을 캔버스 위에 다채롭게 배열해 더욱 큰 풍경을 구축해 나아가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매년 드로잉 365점과 회화 12점을 그린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마치 인간의 두 손처럼 서로를 돕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작품을 꾸준히 올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지난 8일 전시장서 만난 노 작가는 “온라인이 내가 가진 전시장이고, 오프라인 전시는 ‘팝업 스토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