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BNK경남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조만간 결정된다. 장기간 대규모로 이뤄진 범행을 금융사가 제때 인지하지 못한 내부통제 문제여서 중징계를 피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에서 경남은행 횡령사고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를 넘겨받아 이르면 오는 30일 정례회의에서 제재 수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7~9월 경남은행에 대한 긴급 현장검사를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15년간 PF 사업장에서 총 3089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남은행은 여신관리, 인사관리, 사후점검 등 내부통제 절차 전반이 미흡한 데다 사고 인지 후 당국 보고를 미뤘으며, BNK금융지주도 내부통제 관리에 소홀했다는 게 금감원 측 판단이었다.
이후 금감원은 제재심을 열고 강남은행에 대해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금융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기관경고 이상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기관경고 이상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는 최소 1년간 신사업 진출을 위한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 앞서 올 1월 7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해 우리은행은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횡령 사고와 관련된 임직원에 대한 제재도 이뤄질 예정이다.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뿐 아니라 이번 횡령 사고를 늑장 보고한 관련자에 대한 제재도 같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4월 초 횡령 사고를 인지했으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체 조사를 진행한다는 이유로 3개월 뒤인 7월에야 금감원에 횡령 사고에 대해 보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에 대한 징계 수위는 금융위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지만 금감원의 제재심 결과와 대부분 일치한다"며 "특히 이번 경남은행 횡령건은 △역대 최대 횡령 규모 △조직 전반의 내부통제 부실 △당국 보고 지연 등을 감안할 때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남은행 제재와 별도로 금감원은 조만간 BNK금융과 부산은행, 경남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한다. 정기검사는 사업영역 전반에 대한 종합점검 성격이지만 이번 사건과 연결해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광범위한 현미경 검사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제재로 예경탁 경남은행장 연임도 불투명해졌다. 예 행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며 경남은행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조만간 차기 행장 인선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이번 횡령건은 예 행장 임기 이전에 발생해 직접 제재 대상에는 올라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내부통제 이슈 자체가 연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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