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윤석열 탄핵 심판도 이재명 선거법 재판도 '법대로'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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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한라대 특잉교수
입력 2024-12-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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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우리 역사상 지금처럼 사법부가 정국 혼란과 갈등 수습의 중심에 선 적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심판’을 다루고 있고, 법원은 ‘이재명 선거법 사건 재판’을 다루고 있다. 헌재와 법원이 각자 언제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정국은 물론이고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법부의 올바른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순간이다. 그 결정의 기준은 다름 아닌 법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이 대표 공직선거법 재판 선고 시점은 대선 구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이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나와 대통령이 궐위되면 그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이 실시된다. 이 대표가 대선일 전에 대법원에서 선거법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 민주당으로선 이른 시일 안에 대선이 실시되도록 탄핵 결정은 최대한 앞당기고, 선거법 판결은 대선 이전에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늦추는 게 유리하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당선되면 선거법 재판은 중단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탄핵 심판 결정은 최대한 늦추고 선거법 유죄 확정 판결은 최대한 앞당겨 대선 실시 전에 이 대표가 피선거권을 잃도록 하는 게 유리하다.  


지금 나라는 이처럼 계산을 달리하는 정당과 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갈라져 있다. 한쪽에선 탄핵심판 빨리 하라고 외치고, 다른 한쪽에선 이 대표 재판 빨리 하라고 외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파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일부 의원은 ‘내년 2월까지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시점까지지 못 박아 주장한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부의 빠른 판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 국민의힘은 “사법부는 민생과 국가질서를 위협하는 범죄 사건에 대해 법률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흔들림 없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며 “지난 11월 15일 1심 선고가 나온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법 규정대로 (1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인) 내년 2월 15일까지 2심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갈등하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합리적으로 푸는 방법은 법을 따르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느닷없이 선포한 비상계엄을 두 시간 반 만에 평화적으로 무효화하고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오로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라는 헌법 절차를 따른 덕분이다. 탄핵 심판과 선거법 재판을 둘러싼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법 절차를 따르면 된다. 민주주의에서 모든 권력은 법의 제한을 받는다.  이게  법치주의이다.   
 

대통령 탄핵은 청구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기각 또는 인용 결정을 내리도록 헌법재판소법에 정해져 있다. 헌재는 과거 사례에서 이 같은 법정 기한을 지켰다. 탄핵심판 청구 때부터 기각 또는 인용 결정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2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3개월 만에 끝냈다.  헌재는 지난 16일 이미 청구된 다른 탄핵 사건보다 최우선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당연한 일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청구된 사람에 대해 탄핵 사유와 같은 이유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일 때 피청구자가 원하면 형사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탄핵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게 돼 있다. 실제로 ‘고발 사주 의혹’으로 탄핵이 청구된 손준성 검사장의 경우가 그랬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되면 탄핵 심판 절차 정지를 신청할 수도 있다.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 절차가 정지된다. 그러나 그 경우 대통령직 공백 상태가 지속돼 국정 혼란과 불안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헌재가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설명을 하는 게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7일 첫 번째 탄핵심판 변론 준비 기일을 열기로 했다. 변론 준비 기일이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청구한 국회와 탄핵 청구를 당한 윤 대통령이 주요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하는 절차이다. 준비 기일은 양측 주장에 따라 앞으로 몇 차례 더 열릴 수 있다. 준비 기일 절차가 끝나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헌재는 지난 16일 윤 대통령에게 탄핵 심판 서류를 여러 경로로  보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서류를 수령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류가 송달되지 않으면 27일 첫 변론 준비기일을 비롯해 탄핵심판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서류를 끝내 수령하지 않을 경우  법에 정해진 다른 송달 절차를 밟아서라도  탄핵 심판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 대표 선거법 2심(항소심) 재판도 서류 송달 문제로 지체되다 겨우  진행되게 됐다.  서울고법은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를 지난 9일과 11일 이 대표에게 우편으로 발송했지만, 이사를 갔거나 집이 닫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송달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집행관을 통해 인편으로 이 대표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서류를 전달했고 지난 18일 이 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 비서관이 서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라는 제목 아래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前審·1심과 2심을 의미)의 판결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 이를 흔히 ‘6·3·3법’이라고 한다. 법 조항에 ‘강행 규정’이라는 제목을 단 사례는 거의 없다. ‘반드시’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사례도 드물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 대표도 2022년 9월 기소된 뒤 2년 2개월 만인 지난 11월 15일에야 1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270조 규정을 ‘훈시 규정’으로 여겨 왔다. 훈시 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강행 규정이 아니라 가급적 지키라는 가이드라인이라는 의미다. 법 조항 제목이 ‘강행 규정’이라고 돼 있는데도 훈시 규정으로 여기고 지키지 않았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9월 선거법 위반 재판과 관련해 '선거법 강행규정을 지켜달라'는 권고문을 일선 법원에 보냈다. 법원행정처의 조치는 “법원부터 선거 재판 기간을 규정한 선거법을 지켜야 한다”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조 대법원장은 “공직직선거법에 명문화된 6·3·3 규정을 법관이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법 해석이다. 문언대로 ‘강행규정’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 선거법 사건 재판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는 재판부 의지에 달려 있다. 대법원은 2002년 6월 25일 재판부 의지와 관련해 큰 의미를 갖는 판결을 했다. ‘항소심법원이 일정한 선고기일을 염두에 두고 공판기일을 정하여 진행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자의적인 재판 진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 판결이다[대법원 2002. 6. 25. 선고 2002도45 판결]. 재판부가 선고 기일을 머릿속에  정해 두고 이에 맞춰 재판을 서둘러 진행해도 문제 없다는 뜻이다. ‘270조 규정을 최대한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판결대로 이 대표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 기일을 미리 정해 놓고 이에 맞춰 재판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면 법정 시한인 내년 2월 15일 이내에 판결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2심 뒤 열릴 대법원 재판도 마찬가지로 내년 5월 15일 이내에 마칠 수 있다.   


만약 윤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되고 그때까지 이 대표 선거법 재판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자체가 정국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낙선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당선되면 큰 혼란이 따를 수 있다. 재판이 지연되지 않았다면 유죄 판결이 확정돼 이 대표는 대선 출마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는데 재판이 지연되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는 반발과 비판 여론이 비등할 수 있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직선거법 270조의 6·3·3 규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나라가 조속히 안정과 질서를 되찾느냐, 계속 혼란과 갈등에 빠지느냐가 사법부 결정에 달려 있다. 권력 눈치를 보거나 권력에 영합한다면, 그래서 법치주의를  지키지 못한다면 혼란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이 사법부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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