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만장일치 수상은 불발됐다.
MLB.COM은 2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자를 공개했다. 이치로는 모두의 예상대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관심을 끌었던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성에는 실패했다. 99.75%의 득표율로 단 1표가 모자랐다. 발표 결과에 따르면 392명의 투표인단 중 391명이 이치로의 명예의 전당 헌액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치로는 지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9년까지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509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데뷔 시즌이 강렬했다. 일본프로야구(NPB)를 정복하고 만 28세에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데뷔 시즌 타율 0.350 242안타 56도루로 타격왕과 최다 안타왕에 등극했고,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타격과 수비 모두 인정받았다.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까지 품었다. 그야말로 이치로는 명불허전의 콘택트 능력과 빠른 발, 안정적인 수비력까지 갖춘 선수였다.
이 지표에서 산출된 이치로의JAWS는 51.9에 불과하다. 그의 누적 WAR도 60으로 다소 낮다. 이치로가 주로 뛴 우익수 평균 29명의 명예의 전당 헌액자의 WAR이 70, JAWS가 56.1이라는 점을 비춰보면 아쉬운 성적이다. 여기에 역대 최고의 야구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베이브 루스(WAR 162.2, JAWS 123.5)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물론 일본프로야구에서 전성기를 보낸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서 먼저 커리어를 시작했다면 더 많은 누적 커리어를 쌓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유명한 속설처럼 '야구에 만약은 없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 입성에 만장일치 가능성이 거론된 건 성적 이외에 성실성, 스포츠맨십, 인성 등에서 흠결이 없었기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치로가 야구계에 끼친 영향력도 반영되지 않았겠냐는 평가다.
한편, 메이저리그의 유일한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헌액자는 역대 최고의 마무리인 마리아노 리베라뿐이다. 리베라는 지난 2019년 425명의 투표단으로부터 만장일치 찬성표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명예의 전당 입성은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10년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로 활약한 뒤. 은퇴 후 5년이 지나고 BBWAA에서 별도로 구성한 6명의 위원회에 속한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후보에 오르더라도 75%의 득표율을 기록해야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 5% 미만은 즉시 후보에서 탈락한다. 5% 이상을 얻더라도 다음 해 자격을 유지하는 피투표권은 최대 10년까지만 허용된다. 그만큼 선수들의 기록과 사생활 등 각종 자격을 검토해 신중한 판단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명예의 전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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