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인공지능(AI) 사업 계획에 그의 '최측근 실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회의적 입장을 표명했다. 외신들은 “머스크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AI 사업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두 사람 사이의 첫 공개적 균열”이라고 주목했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발표한 5000억달러(약 71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AI 프로젝트와 관련해 “사실 그들은 돈이 없다”고 적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100억달러 미만의 돈을 갖고 있다”며 “나는 이를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오픈AI의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스타게이트에 대해 “얼마나 많은 돈이 연관돼 있고 그중 얼마나 투입되기로 했는지 확실하지 않다”며 머스크를 거들었다.
그러자 당사자 격인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직접 등판했다. 그는 머스크 CEO의 글에 답글을 달아 “틀렸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첫 번째 부지에 방문하길 원하느냐”며 “국가에 최선인 것이 항상 당신의 회사에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인식하고 있지만, 당신이 새로운 역할에서는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길 바란다”고 맞섰다.
두 사람은 앙숙 관계로 유명하다. 머스크와 올트먼은 2015년 함께 오픈AI를 창업했지만 영리사업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결국 2018년 머스크 CEO가 이사직을 사임하고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오픈AI를 떠났다. 머스크는 현재도 오픈AI에 소송을 걸어 영리법인 전환을 막기 위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번 스타게이트 구상에 대한 머스크의 불만이 올트먼에 대한 오랜 악감정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신들은 머스크 CEO의 이런 반응을 정치 분야의 주요 뉴스로 뽑아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지원하는 스타게이트 AI 프로젝트에 머스크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앉힌 이후 처음으로 그가 주도하는 계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정부와의 첫 공개적 단절”이라며 “고위 정책 관리가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니셔티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일은 두 사람 사이의 초기 단절을 나타낸다”며 “앞으로 주요 정책 문제에 있어 불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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