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소액면세 혜택을 차단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발 빠르게 성장한 쉬인·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이 직격탄을 입을 전망이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중국에 대해 보편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두 행정명령에 모두 중국 및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대해서는 '최소 기준 면제'(de minimis exemption)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그동안 미국 내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의 소액 물품에 대해 적용해 온 면세 혜택을 없애고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표면적으론 펜타닐이나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이 소액면세혜택 제도를 악용해 세관 검사를 거치지 않고 미국 내로 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지만, 사실상 중국 초저가 온라인쇼핑몰의 저가 제품 범람을 막기 위함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소액면세 특혜 기준을 2016년 기존 200달러에서 800달러(약 117만원)로 상향하면서 중국산 저가 상품은 무관세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라 불리는 중국 초저가 온라인쇼핑몰이 미국에서 빠르게 영토를 확장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소액면세 특혜로 미국에 들어온 화물은 2018년 4억1100만개에서 2024년에는 14억개로 3배 넘게 늘었다. 테무와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쇼핑 앱에서 구매한 중국산 제품이 증가한 게 주요 원인이었다. 블룸버그는 UCLA 파블로 파젤바움 교수 등이 발표한 연구를 인용해 셰인과 테무가 판매하는 의류·액세서리·가정용품·전자제품 및 소형 내구재 등이 소액면세 화물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조 바이든 정부도 테무,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를 겨냥해 '면세 구멍'을 막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엔 중국 기업들이 대(對)중국 무역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규정을 남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무역법 301조나 201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를 적용받는 수입품에 대해서만 '최소 기준 면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테무도 최근 미국의 소액면세 특혜 폐지를 예상해 지난해부터 미국 대도시 인근에 물류창고 임대를 늘려 대량으로 미국으로 더 많은 재고를 운송했지만, 트럼프발 관세 공격의 충격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소액면세 특혜 폐지가 오히려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밋 칸델왈 예일대 글로벌 문제 및 경제학 교수는 블룸버그에 "최소 기준 면제는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중요했다"며 "면세 조항을 없애면 이들에게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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