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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면) [신세돈 칼럼] 민생 극복엔 여야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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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입력 2025-02-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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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대한민국 새판짜기] ③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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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지수
 
민생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도 과연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늠하는 통계는 찾기 힘들다. 1%대 혹은 0%대 경제성장률로 민생의 어려움을 지적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경제성장률로는 민생의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경제성장률에는 재고자산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서 재고가 늘어나도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혹은 외국 기업 때문이다. 우량기업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소득이 평균적으로 내국인보다 훨씬 높은데 이들의 부가가치 창출이 경제성장률에 포함되면서 내국인들이 실제 느끼는 민생 상황보다도 경제성장률이 더 높게 나타나는 착시현상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외국인 소유 기업이 유례없는 흑자를 내고 있는 시중은행이다. 민생에 대한 아우성이 그치지 않는데도 은행은 역사상 유례없는 이익을 내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민생의 어려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2010년 국가미래연구원은 민생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였다. 민생에 긍정적인 여러 요소, 즉 고용의 질과 구조, 실질소득, 주택 및 주식 실질가격과 민생에 부정적인 비용요소, 즉 실질식료품비용, 실질주거 및 전세비용, 실질교육비용, 실질세금 등을 가중평균하여 매 분기 발표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민생지수 추이를 보면 지속적으로 낮아져 윤석열 정부의 민생지수가 89로 가장 낮다. 민생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라는 점이다.

[그림.1] 국가미래연구원 민생지수와 경제성장률
그림1 국가미래연구원 민생지수와 경제성장률
 

















장기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민생지수
 
민생의 어려움이 20년 이상 지속된 장기적인 추세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치권의 민생대책을 설계하고 수립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방향타가 된다. 뒤집어 말하면 민생문제가 장기적인 문제라는 점을 망각하면 정치권에서 나오는 민생대책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대증요법에 그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지난 20여 년 동안 수없는 민생대책이 수립되었지만 근본적으로 민생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이유도 정치권의 대책이 초단기적인 대책에만 급급해 왔기 때문이다. 2020년 전 국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고유가에 대응한 유류세 한시 감면, 가스비용 바우처, 농수산물 유통 바우처, 무료 숙박권 등과 같은 민생대책들이 모두 아주 제한적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재정지원 정책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민생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치권에서 제안되고 있는 상속세 비과세 한도 상향 개편이나 AI 등 신성장 50조원 펀드 정책 혹은 '미래형 선박' 국가전략기술 문제는 민생문제와 매우 동떨어진 정책들이다.
 
대선 국면에 외면당하는 민생대책
 
장기적인 민생 추락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은 단기적이고 말초적인 민생대책밖에 내놓지 못하고 오히려 민생문제와 동떨어진 정책과제를 홍수처럼 내놓고 있는 이유는 양쪽 다 조만간 있을지도 모르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대에서 5년 내 3%대 성장률, 10년 내 4%대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둔다고 한 야당의 집권플랜본부가 그것을 노골적으로 잘 말해주고 있다. 집권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야당이 성장정책으로의 선회를 외치는 것도 대선에서 집권하겠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방향 전환이다. 미루어 두었던 국민연금 개혁의 모수개혁을 여당이 서두르자고 나선 이유도 따지고 보면 대선을 겨냥한 것이다. 양 정치세력들이 입으로는 민생문제를 말하지만 실상은 대선에만 몰두하는 사이에 민생의 어려움은 더욱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의 발표문에 이런 경향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먼저 야당 대표의 연설에서는 30조원의 추경예산을 제안하면서 이 중 10조원을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혀 협상의 여지를 두었다. 그 세부 내용으로는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 일부를 캐시백으로 지급하는 상생소비지원금 2조4000억원과 지역화폐 발행지원금 2조원, 소상공인 손실보상 약 2조원 등이 포함됐다. 국민 대부분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카드사용액을 증가시킬 수 있는 국민이라면 이들은 분명히 특수계층일 것이고 따라서 민생대책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더구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말미암아 큰 타격을 입은 음식숙박업, 예능스포츠 산업 및 소매판매업에 대한 구체적인 추경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방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방산 수출과 직결되는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확충을 위한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육성과 수출 금융 애로 해소 그리고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역량 강화 지원 방안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이 내놓은 정책 방향이 다 맞는 말이지만 민생과 직결되는 대책은 못 된다는 점에서 아쉽다.
 
민생문제 극복을 위한 여야 협치의 필요성
 
여야 정치권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선에 몰두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 모든 정부에서 민생이 무너져 왔다는 사실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통열한 자각과 반성은 있어야 한다. 누가 대권을 잡든지 민생은 나빠져 왔다는 사실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앞으로 어떤 당이 어떤 성장 정책을 펼치더라도 민생문제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확실한 다짐을 정치권은 제시해야 한다.

첫째로 여야는 민생문제가 초당적인 문제라는 점을 공유해야 한다. 하위 10% 혹은 20%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권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의지가 공유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국가가 보호하는 기본적인 생존권이 무엇인지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둘째로 민생문제는 장기적으로 누적되어 온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산업의 경쟁력 추락 및 사양화·낙후화하는 지방, 고령화, 질병과 장애 피해, 사회적 실업 및 낙오자 등 사회 구조적인 민생문제의 원인에 대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원인 분석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로 민생문제는 돈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민생문제는 돈만 퍼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일자리 소멸 문제로 인한 실업과 그에 따른 민생문제가 돈을 퍼붓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돈 말고도 제도나 인식의 개선도 민생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한 해결 열쇠가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넷째로 민생문제의 핵심 원인이 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여야의 단호한 결의가 제시되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실질소득은 물론이고 실질주거비용, 실질음식료비용 등 민생경제 악화에 결정적인 독소가 되는 요인이므로 인플레이션 안정은 다른 무엇보다도 정책 우선순위가 앞서야 한다. 민생대책을 위해 인플레이션 정책은 모든 정책에 대해 순위가 앞선다는 것을 정치권이 분명하게 천명해 줘야 한다. 대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정책경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그러나 민생문제를 외면한 경제정책은 민생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면서 저상장과 양극화의 악순환을 일으키며 한국 경제에 복병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여야가 반드시 협치를 해야 할 부분이 이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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