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턴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소개하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반도체 안부를 묻는 게 관습처럼 여겨지고 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에서 생산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브랜드지만,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퀄컴 AP 탑재 비중을 늘리면서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 신제품 갤럭시S25 시리즈에는 전 모델에 퀄컴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면서 엑시노스 위기론에 또 다시 불을 지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에 특화된 칩을 위해 퀄컴과 3년 이상 준비했다"며 스냅드래곤의 우수성까지 홍보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은 엑시노스를 사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여러 AP 협력사들과 논의를 하며 갤럭시에 맞는 최고의 AP를 적용해오고 있다"고 둘러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 점유율은 5%로 전년 수준에 그쳤다. 미디어텍(36%), 퀄컴(26%), 애플(18%) 등 경쟁사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엑시노스를 전담 생산하고 있지만 자사 고객인 MX사업부마저 엑시노스를 꺼려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GOS 사태 당시에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가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는 후문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9.3%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반면 TSMC는 점유율 64.9%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마저 위기론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갤럭시S25의 D램 초도 물량을 마이크론이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이에 대해 노 사장은 "메모리는 여러 협력사를 동시에 평가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검증 우선 순위나 생산 계획에 따라 일부 쏠림이 있을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갤럭시S25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삼성 반도체의 D램"이라고 위기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삼성 반도체가 흔들릴 때 발빠르게 손절하며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도체 반등을 위해서는 갤럭시부터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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