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근로소득세 개편'을 공식화했다. '중도보수' 선언에 이어 소득세 개편을 통해 중도층 표심까지 확실히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근로소득세 문제는 좌우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근로소득세는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일정액을 넘기면 세율이 높아진다. 그런데 물가상승으로 명목 임금만 오르면 실제 임금은 그대로인데도 세금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임금이 오르지 않았는데 과표가 변경돼 세금이 과도하게 늘어난 건 분명히 교정해야 한다"며 "다른 세금은 줄어든 반면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 '월급쟁이들이 봉'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과거와 달리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그간 근로소득세 개편이 고액연봉자 감세 혜택을 늘리고 서민층 세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심으로 이 대표의 근로소득세 개편 방안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 국세 수입 중 근로소득세 비중은 18.1%로 법인세 비중(18.6%)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대기업과 초부자 감세에 따른 세수펑크를 월급쟁이 유리지갑으로 메꾸는 형국이라 선(先) 소득세 기본공제 현실화 및 후(後)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2차관을 지낸 안도걸 의원도 국세청에서 받은 '2024년 세목별 세수 현황' 자료를 인용하며 세제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월급쟁이 직장인이 낸 근로소득세는 약 64조원이다. 기업이 낸 법인세 총액(약 62조5000억원)보다 많다. 특히 법인세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가장 많이 줄어 2022년 104조원에서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40조원 넘게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감소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세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득세 개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 안정성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법인세 감소는 영업 잉여가 급격히 줄며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중위소득자 소득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실효세율보다 낮기 때문에 근로소득세를 감세하자는 주장은 중장기적 조세정책 방향과 맞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물가연동제 역시 소득세 비중이 충분히 확대된 후 과표나 세율체계를 정비한 다음 도입하는 게 적절하다"며 근로소득세 개편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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