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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최근 중국발 저가 공세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의 전통적 주력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분야는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발 범용 메모리가 시장에 쏟아진 여파로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급락하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석유화학제품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역시 중국발 저가 제품이 시장을 석권하며 롯데케미칼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LG화학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철강 산업도 중국발 공급과잉과 미국발 관세 폭탄 우려로 위기에 놓이며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최근 45년 넘게 가동해온 1선재공장도 폐쇄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수출경쟁력의 지표가 되는 무역특화지수를 산출한 결과 작년 1~8월 기준 한국은 25.6, 중국은 27.8로 나타났다. 중국은 10년 전인 2014년 대비 16.0포인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4.3포인트 하락하며 중국에 역전을 당했다. 중국의 폭발적 성장으로 글로벌 경쟁 구도가 급변하며 대한민국 성장 엔진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계엄 사태로 우리 기업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앞에 놓이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주력산업 위기의 원인을 좀 더 살펴 보면 이는 글로벌 경제 변화, 기술 경쟁 심화, 환경 규제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공급과잉 및 경쟁 심화 : 중국 등 신흥국 생산 확대와 저가 공세로 글로벌시장 경쟁 심화
· 환경 규제 및 친환경 전환 압박 : 탄소중립, 친환경 제품 수요 증가로 기존 생산 방식 및 제품의 경쟁력 약화
·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 :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및 수출 제약
· 기술 변화 및 산업 트렌드 변화 : 반도체 산업은 AI,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로 전환 필요. 석유화학 산업은 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소재로 수요 전환 필요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리며 한국 주력산업의 수익성 악화와 경쟁력 저하는 깊어지고 있으며, 단순히 중국에 대한 대응 전략 관점으로만 문제를 풀 순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주력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1. 친환경 전환 및 탄소중립 대응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및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업은 기존의 고탄소 생산 방식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수출 기회 확대의 기회를 만들긴 어렵다. 향후 우리 기업은 수소환원제철,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주력하며, 정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에 대응해 친환경 생산 공정 도입을 가속화하며,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및 에너지 효율성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
2. 기술 혁신 및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글로벌 경쟁 심화와 공급과잉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중심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AI, 자율주행, 5G 등)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며,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 역시 첨단소재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AI, 자율주행,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철강 산업은 고강도 경량 철강, 전기차용 특수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석유화학 산업은 바이오 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고기능성 화학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3.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및 시장 개척
미·중 갈등,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미국, 중국 등 기존 수출 시장 의존도가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 개척과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신흥 성장 시장 진출을 타진하며, 공급망 재편을 위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원자재와 부품 조달처를 다변화하며, 해외 기업과 전략적 제휴 및 공동 투자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상기 3가지 과제는 단순히 중국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산업의 체질 개선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통해 장기적 성장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친환경 전환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로 외부 리스크에 강한 산업 구조를 갖춤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 주력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각자의 역할에 맞는 전략적 대응을 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제도 개선을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도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여 친환경 전환, 공급망 안정화, 기술 혁신을 이끌어야 주력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종합적 대응을 통해 한국의 주력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력산업의 위기는 미래 한국 주력산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 결단과 도전을 기대한다
정연승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 △연세대 경영학과 박사 △단국대 경영대학원장 (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전 한국유통학회 회장 △전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 △전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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