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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선원전 편액,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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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5-02-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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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선원전 편액 언론공개회11_편액 사진국가유산청
경복궁 선원전 편액 언론공개회11_편액 [사진=국가유산청]


조선 왕실에서 가장 위계가 높은 건물이었던 '선원전(璿源殿)'에 걸렸던 편액(현판)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왕실 유물을 상징하는 흑색 바탕에 황금빛으로 '선원전' 세 글자가 새겨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27일 일본에서 국내로 환수하는 데 성공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실물을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국가유산청은 2023년 11월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유통 정보를 확인한 후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2월 이를 국내로 환수하는 데 성공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과학적 조사 등을 통해 ‘경복궁 선원전 편액’으로 결론을 내린 후 이날 언론에 그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궁궐 내에서 역대 왕들의 초상화인 어진을 봉안하고 의례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이다. 궁궐에서 가장 격식이 높은 건물이었다. 편액은 궁궐의 전각이나 관청 등에 새겨진 이름판, 즉 현판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선원전은 전각의 이름이기에 현판이 아닌 편액이란 용어를 썼다.
 
경복궁 선원전 편액 언론공개회10_편액 사진국가유산청
경복궁 선원전 편액 언론공개회10_편액 [사진=국가유산청]

조선 왕실의 선원전은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현 덕수궁)에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선원전 편액은 고종 때 재건된 경복궁 내 선원전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왕실 최초 선원전은 1444년 경복궁 창건 때 지어졌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됐다. 이후 고종 때인 1865년부터 경복궁을 다시 짓기 시작해, 1868년 그 안에 선원전이 재건됐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기 위한 절, 박문사를 짓는 데 쓰기 위해 선원전을 훼철했고, 이 편액은 오랜 기간 나라밖을 떠돌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편액의 바탕판에 옻칠(흑칠)이 돼 있는 점 등을 볼 때 재건된 경복궁의 선원전 편액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준 전 문화유산 전문위원은 이날 “이번에 공개하는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가로 길이는 312cm로, 780여점의 현판 및 편액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것”이라며 “검은색 바탕의 편액은 위계가 높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양각으로 새겨진 글자가 금색이다”라며 “테두리 모양 또한 격조가 높은 형태로, 굉장히 높은 위계를 차지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건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글씨를 쓴 서사관인 서승보의 서체와 이 편액의 서체가 유사한 점, 안료 비파괴 분석 결과 '증건도감의궤'에 기록된 경복궁 재건에 쓰인 안료들과 유사한 것들이 검출됐다는 점 등도 근거로 볼 수 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일제 강점기 때 선원전이 훼철돼 고국을 떠나 외국에 남아있었다”며 “이제야 우리 곁에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국민 모두와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학술연구와 전시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활용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환수를 지원한 라이엇게임즈의 조혁진 대표는 “외국 게임사가 왜 한국 문화 환수에 나서는지 사람들이 묻는다”면서 “게임도 문화의 일부이며, 현대 문화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플레이어분들과 라이엇게임즈에도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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