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2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대출보다 예금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탓이다. 가계대출 수요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3%대 예금금리가 자취를 감추며 예대금리차 축소가 요원해진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1월 기준 1.29~1.46%포인트(p)를 형성했다. 여기엔 금리가 높아 예대금리차를 더 벌릴 수 있는 저소득·저신용 서민 대상 정책금융 상품이 제외됐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이 1.46%p로 가장 높았고, △신한(1.42%p) △하나(1.37%p) △우리(1.34%p) △KB국민(1.29%p)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공시 자료가 존재하는 2022년 7월 이래 최대다. 신한은행도 처음 공시 자료를 발표했던 2022년 7월(1.46%p)을 빼고, 2년6개월 만에 가장 크다. 우리·KB국민은행은 2023년 2월(각각 1.46%p, 1.48%p) 이후 1년11개월 만에,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값으로 은행의 이자이익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이른바 ‘이자 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했음에도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진 건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한편 대출이 예금금리보다 더 빨리 내려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낮아졌다.
여전히 은행들이 기준금리만큼 대출 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은 점이 예대금리차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2021년 2월(9조7000억원) 이후 4년 만에 5조원대 증가량을 보이며 대출 금리 인하는 더 쉽지 않아졌다. 자칫 금리를 인하한 은행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쏠릴 수 있어서다.
반면 예금금리는 더 가파르게 내려가며 예대금리차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 모두 이르면 이번주 2%대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2일 기준 각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1년 만기)는 2.95~3.30% 수준이다. 아직 우리은행(WON플러스예금)은 3.00%지만, 해당 상품은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만큼 조만간 2%대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 가계대출 상승은 예견되는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먼저 대출 금리를 내린 은행으로 수요가 쏠릴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기나 폭에 대한 은행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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