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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선공에 韓재계 곤혹… '트럼프 청구서' 대응책 마련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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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입력 2025-03-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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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SMC, 관세 피해 미국 대규모 추가 투자

  • 삼성·SK·현대차, 약속된 보조금도 무산 위기

  • "비용 증가 등 악조건 불구 美투자 불가피"

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청구서가 예고된 가운데 TSMC가 발 빠르게 미국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약속된 보조금의 향방도 안갯속인 상황에서 관세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3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5조9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신규 투자 계획 발표로 투자액은 총 1650억 달러로 늘어난다.

TSMC의 이번 투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TSMC의 투자 발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4일부터 시행된다고 거듭 확인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그들(TSMC)은 관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TSMC가 발 빠르게 트럼프 환심 사기에 나서면서 미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 과감한 투자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현재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당면한 숙제"라며 "결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외국인직접투자(FDI)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이 전 세계 트렌드가 됐고,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LG전자도 관세 이슈가 불거지자 멕시코 생산라인을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만일 관세 인상이 본질적인 공급망 변화를 해야 하면 생산시설 이전 및 기존 생산능력 조절 등 적극적인 생산지 변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 계획을 변함 없이 그대로 추진하면서도 통상 정책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조 바이든 정부에서 제정된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라 약속받은 보조금마저 못 받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한 상태다.

현대차도 관세를 피하기 위해 올 1분기 본격 가동하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미국 생산량 확대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도 폐지 수순을 밟아 생산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에 생산기지를 짓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절차가 까다롭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즐비한 미국과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도 미국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 조건을 명확히 했다"며 "(현지)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국이 손해가 발생하게 할 테니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미국 투자 확대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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