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든 AI 스타트업 투자…"그래도 대세는 AI"

인공지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에도 관련 스타트업이 줄을 잇고 있다. 다만 최근 국내 벤처캐피탈(VC) 투자 규모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국내 AI 스타트업에 투자 가뭄이 들어왔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VC업계는 여전히 주류는 AI 투자라면서, 지금도 AI를 접목한 각종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11일 VC 분석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VC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총금액은 8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이 중 AI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8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7% 감소했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글로벌 투자 심리 위축, 초기 수익 모델 부재로 인한 리스크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투자 건수도 52건에서 32건으로 38.46% 줄었다. 건당 투자액은 47억원에서 27억원으로 감소했다.

기존 투자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 중 폐업을 신고한 곳은 2022년 126곳, 2023년 144곳, 2024년 170곳으로 증가했다. VC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면서 AI 스타트업에 베팅을 하는 투자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자본에도 AI 경쟁 격화로 일찍부터 폐업을 결정하는 AI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의 자회사인 신한 AI는 AI 기술 경쟁력 약화와 실적 부진으로 5년 만에 청산을 결정했다. 또 카카오의 AI 연구 개발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301억원, 7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주요 사업부와 인력이 카카오 본사로 이관됐다.

국내 스타트업의 초·중기 단계(시드~시리즈C) 투자유치 감소 추세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 스타트업 투자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초·중기 단계 투자유치액은 5조768억원으로 전년(6조4106억원) 대비 20.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후기 단계(시리즈D~G)의 투자 유치액은 3507억원에서 6162억원으로 70.71% 증가했다. 후기 단계 투자액 증가율은 높게 나타났으나 전체적인 액수는 1조원가량 감소하면서 투자 가뭄 현상이 심해졌다.

연초 AI 스타트업에 투자 가뭄이 들었지만, VC업계는 여전히 AI가 주요 투자처라고 꼽는다. VC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투자 가뭄은 맞다"면서도 "그럼에도 AI가 주축이 되어 의료, 금융,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 기회가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시장이 잠시 주춤하는 것일 뿐, 주류가 AI이기 때문에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AI와 의료 등 각종 분야를 접목한 기업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VC 시장에서는 AI 스타트업에 대한 집중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3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오픈AI,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 안두릴 등 소수의 대표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으며, 향후 500억 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4분기 VC 투자의 40%가 오픈AI, xAI, 데이터브릭스 등 6개 기업에 쏠렸으며, 오픈AI는 현재 소프트뱅크와 4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을 논의 중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AI 스타트업의 초·중기 투자 유치가 감소세를 보이며, 투자 환경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VC 업계는 AI가 만들어낼 대규모 시장과 수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고객 기반이 탄탄한 선도 기업들에 대한 후속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