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자산 규모 10위인 대형 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에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내렸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영향으로 저축은행 건전성이 악화한 탓이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데다 내수 부진과 건설업 침체 장기화 영향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저축은행이 추가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상상인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 1단계에 해당하는 경영개선 권고를 의결했다. 적기시정조치는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에 이어 요구, 명령 순으로 강도가 높아진다. 경영개선권고를 받으면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 처분을 받는다. 6개월 이행 기간 중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6.9%를 기록할 정도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상태다. 금융위는 상상인저축은행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실시한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건전성 등급 4등급을 통보받았으며, 심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경영개선권고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을 제외한 페퍼·우리·솔브레인저축은행 3곳은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됐다. 자산 순위 7위인 페퍼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한때 12% 이하로 떨어지며 당국 요구를 간신히 넘겼다. 그러나 지난 지난 1·2월에 각각 100억원, 200억원 유상증자를 거치며 자본을 확충했다.
79개 저축은행 중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0여 곳이 경영실태평가 4등급을 받은 가운데 이 중 3곳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3월말 기준으로 저축은행 3곳에 4등급을 부과했다. 금융위는 이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안국·라온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를 내린 상태다.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까지 경영개선권고 조치가 내려지며 향후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저축은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 침체가 장기화하며 부실 부동산 PF 정리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부동산 PF 정리·재구조화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2금융권의 연체채권 잔액은 전년 동기(2조1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3배 이상 오른 21.71%를 기록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금융권, 특히 저축은행업권이 부실 부동산 PF 재구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적기시정조치에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마저 포함되며 업권 전체의 건전성 부실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상시 모니터링 등을 통해 관리 필요성이 있는 저축은행은 신속하게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향후 추가 적기시정조치 여부는 취약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와 저축은행 경영개선계획에 대한 심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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