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일(현지시간)부터 부과 예정인 상호관세를 다수 국가에 면제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상호관세 발표 전에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를 먼저 발표할 수 있다고도 했다. 대대적인 상호관세 부과 전 ‘미국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발표 행사에서 ‘상호관세 부과 때 일부 국가에 면제가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국가에 면제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것(상대국의 대미 관세율)보다 더 친절할 수 있다”며 “그들이 너무 많이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미국이 동일한 관세를 매기면) 그들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상호관세에 예외는 없다”, “4월 2일은 해방의 날” 등 강경 방침에서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에 앞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향후 며칠 내에 추가로 관세를 발표할 것이며 이는 자동차, 목재, 반도체와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먼저 나올 수 있다며 “곧 발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관세가 그날(상호관세 발표일인 내달 2일)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품목별 관세가 상호관세와 같은 날 부과되지는 않을 것을 시사했다.
아울러 그는 각료회의에서는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먼 미래가 아니라 매우 가까운 미래에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초 자동차 관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4월 2일 같이 나올 것으로 관측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제품 부문별 관세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관세율로 25%를 제시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 경제매체 CNBC에 “상호관세에 부분별 관세도 적용될지에 대한 최종적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언급과 관련해 “관세 발표 계획에 대한 혼란을 가중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예고에 주요 무역 상대국들은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여러 양보안과 대응책을 제시하며 미국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관세 협상을 위해 한 달여 만에 다시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는 25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날 통상 분야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해로운 관세를 서로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간 무역 협상의 진전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 총리실은 “(두 정상이) 경제적 번영 합의와 관련해 이뤄진 진전을 간단히 논의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미국이 요구한 디지털 서비스 세금 인하 또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매체들은 보도했다. 전임 보수당 정부 때인 2020년 도입된 디지털 서비스 세금은 소셜미디어나 검색엔진, 온라인 장터 등 인터넷 기업체에 영국 사용자를 상대로 올린 매출액의 2%를 부과하는 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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