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비밀 조직을 앞세워 전직 미국 공무원 포섭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연방정부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 틈을 파고 들고 있다는 관측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한 비밀 기술기업이 운영하는 기업 네트워크가 최근 해고된 미 연방정부 인력들을 상대로 채용을 시도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맥스 레서 선임 분석가와 로이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네트워크는 컨설팅 및 헤드헌팅 업체로 위장한 기업 4곳으로 파악된다. 이들 기업은 모두 동일한 서버를 공유하고 있으며 웹사이트도 유사하다. 기업 관련 공개 정보는 사실상 없다.
이중 ‘리버머지 스트래티지스’라는 회사는 2월 중순까지 웹사이트에 자사를 ‘지정학적 리스크 컨설팅 전문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링크드인을 통해 정부기관·국제기구·다국적 기업 관련 경력이 있는 지정학 컨설팅 고문을 모집했다. 현재는 이 기업 웹사이트와 채용 관련 게시물은 물론 링크드인 계정도 상제된 상태지만, 채용 공고에 200여개의 지원서가 접수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외 다른 기업들의 웹사이트도 로이터 취재 중 사라졌고, 웹사이트 등에 게재됐던 전화번호나 이메일은 응답이 없거나 존재하지 않는 번호였으며 주소도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레서 분석가는 이에 대해 과거 중국 정보기관이 사용한 방식과 유사한 정황들이 다수 포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들이 "최근 대규모 해고로 인해 직업을 잃은 전직 공무원들의 경제적 취약성을 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로이터는 이 기업들이 중국 정부와 연관되어 있는지, 전직 연방정부 직원들을 채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워싱턴DC의 주미 중국대사관은 로이터에 이들 기업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같은 정황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포착된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연방정부의 공무원 인력 및 지출 감축 등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면서 테슬라 차량을 표적으로 한 방화와 함께 시위 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방 정부의 인력 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이 향후 2∼3개월 이내에 적절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다수의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번 사건은 "외국 기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정부효율부가 해고하거나 강제로 은퇴시킨 직원으로부터 정보 수집을 시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달 CNN도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와 중국이 정부에 불만을 품은 미국 공무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전직 공무원들이 이들 기업에 고용되면 미 정부 운영에 대한 민감한 정보와 또 다른 전직 공무원 추천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전직 미국 공무원 포섭 활동은 향후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법무부 검사를 지냈던 데이비드 애런은 "중국 정보기관이 갑자기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이같은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전직 공무원들은 애국심을 느끼겠지만 일부는 현혹적인 전술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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